창업·선대회장 유지로 인재 양성 사업
선경도서관, 수원시에 기부채납 사례
SK, 리모델링 비용 25억 지원해 화제
지난 27일 찾은 경기 수원 선경도서관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이 눈에 띄었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평소 소신이자 사업관인 ‘인재보국’(人才報國·인재를 키워 나라에 보답한다) 철학을 드러내는 말이다.

SK는 최종건 창업회장, 최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다양한 인재 양성 사업을 벌여왔다.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1년간 진행된 최장수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를 줄곧 후원했고, 최 선대회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민간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해 한국인 최초의 미국 하버드대 종신 교수인 박홍근 교수, 하택집 미국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등 800명이 넘는 세계적인 학자를 배출했다.
인재 양성 사업 중에서도 선경도서관은 특별하다. 최 창업회장의 애향의 뜻을 기려 SK가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사례다. 도서관 이름인 ‘선경’은 SK그룹의 모태이자 두 회장이 태어난 수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에서 따왔다. 선경도서관 앞마당에는 SK와 수원시의 동행을 기념하는 최 창업회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선경도서관은 총 사업비만 250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중대형 빌딩을 사거나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시와이즈 자이언트’를 인수할 수 있는 거금이다. 최 선대회장이 부지 매입부터 건립, 장비·장서 확충까지 직접 지원했다. 도서관 개관 후에도 선경그룹은 도서 4만9598권, 비도서 2529점 등 총 5만2127권을 기증했고 도서 구입비만 타 도서관의 4배인 약 8억원 정도를 투입했다. 당시 문화 공간이 부족했던 수원시민들에게 ‘지식의 샘’을 마련해 주겠다는 최 선대회장의 인재 양성 의지가 담겼다.
최 선대회장의 기일(8월26일) 직후인 28일 SK는 선경도서관에 25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선경도서관 관계자는 “기부채납된 시설물 중에서 기업이 다시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사례는 최초”라며 “현재 수원시 공공시설물 중 기업 이름이 붙은 시설물도 선경도서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이명옥 선경도서관 관장은 이번 기부를 통해 선경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부푼 꿈을 밝혔다. 1층 한 켠에 있는 어린이자료실과 행정실 등을 터서 1층 로비 자체를 자료실이자 수원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관장은 “주변의 수원 행궁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선경도서관도 수원에 오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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