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벌레라니: 예쁜꼬마선충으로 보는 생명/ 이준호/ 임현수 그림/ 이음/ 17000원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은 1㎜ 크기의 작은 벌레인 예쁜꼬마선충이 어떻게 인류 과학을 진보시켰는지를 다룬 과학 교양서다. 한국 선충 연구 분야 개척자인 저자에 따르면 예쁜꼬마선충은 단순한 벌레가 아니다. 과거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실용성과 비용 문제 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인간의 맛보기 격으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해 인간과 예쁜꼬마선충이 유전자의 절반가량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미경 속의 우주’로도 불리는 이 생물은 세포 수가 일정하고, 발달 과정을 명확하게 기록할 수가 있어 현대 생명과학 연구의 모델 개체로 주목받았다. 세포 사멸, RNA 간섭 현상, 형광 단백질로 네 차례나 노벨상 연구의 주인공이 돼 과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귀한 존재다.

저자는 놀랍게도 인간과 이 작은 벌레가 분자적 수준에서는 얼마나 긴밀히 닮았는지 제시한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사람도 벌레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다. 독자에게 겸허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일깨우는 과학적 여정을 선사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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