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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교회 급습” 꺼낸 트럼프… 美 ‘마가’ 정치적 영향력 주목 [韓·美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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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6 22:50:18 수정 : 2025-08-27 12:26:12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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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긴장감 돌게한 SNS글 배경은

트럼프, 회담 전 韓 특검 수사 거론
李 설명 듣고선 “오해 있었다 확신
교회 압수수색 루머, 잘 해결될 것”

‘협상력 제고 차원’ 말폭탄 인식 속
“美 극우지지층 여론 고려”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악명 높은 ‘망신주기’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한국의 “숙청 또는 혁명”을 언급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미국 극우세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장면인 동시에 트럼프 시대 대미 외교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시종 치켜세우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불과 회담 3시간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는 글 때문이었다. 그는 회담 직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게시물의 의미에 대해 “최근 며칠 동안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급습이 있었다고 들었다. 심지어 우리(미군)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종교 관련 압수수색은 일명 ‘3대 특별검사팀’ 중 채해병 특검팀(특검 이명현), 김건희 특검팀(특검 민중기)이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특검 조은석)은 지난달 미국과 한국 공군이 함께 운영하는 오산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언급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에게 호되게 비난을 당한 것이나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추궁당한 것 같은 불상사가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압수수색이 한국 공군 시설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등의 설명을 듣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교회 압수수색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면서도 “나는 잘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해는 불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 ‘폭탄 발언’이 그의 핵심 지지층, 즉 마가 인사들의 인식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지점이다.

마가 인사들 상당수가 미국 복음주의 특유의 민족주의적 기독교관에 동조한다. 백악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SNS 엑스(X)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한국의 탄핵 반대 진영과 긴밀히 소통해온 강경 반중 성향의 고든 창 변호사는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제발 이재명(대통령)에게 그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해주세요”라며 “한국의 애국자들, 이제는 한덕수를 보호해야 할 때”라고 썼다. 창 변호사는 ‘숙청 또는 혁명’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마가는 미국 내 사안뿐 아니라 외국 정치에 개입하며 글로벌 우파 연대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불법 선거로 당선이 취소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컬린 제오르제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을 조직적으로 지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일부 우파 인사들도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회의(CPAC)에 참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필 정상회담 직전에 이 같은 메시지를 올린 것은 협상력 제고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마가 자체의 영향력도 결코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가의 조직적 힘이 필요하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마가의 도움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향후 국내 탄핵 반대 진영에서 마가를 원군으로 활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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