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교부 “단호히 거부… 대사가 무례해”
프랑스 외교부가 파리 주재 미국 대사의 ‘내정 간섭’을 이유로 초치(招致)를 통보했다. 하지만 대사는 자신이 부재 중이라며 대리인을 보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대사를 적극 감싸면서 두 나라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현재 주(駐)프랑스 미국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돈이자 트럼프의 딸 이방카 트럼프의 시아버지인 찰스 쿠슈너(71)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외교부의 초치 통고를 받은 쿠슈너 대사는 이날 자리를 비웠다. 그를 대신해 대사 대리(charge d'affaires)가 외교부로 갔다. 국장급 간부 2명이 외교부에서 미국 대사 대리를 맞이했다고 AFP는 전했다.
쿠슈너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 서한에서 ‘프랑스 정부가 반(反)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마크롱이 오는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승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쿠슈너는 “(프랑스 정부의 결정은) 극단주의자들을 포용하고 폭력을 조장하며 프랑스 내 유대인의 삶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쿠슈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동유럽 유대인의 후손이다. 그 점을 부각하려는 듯 그는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유대인 자녀를 두고 있으며, 유대인 손자들을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프랑스 외교부는 성명에서 “프랑스는 쿠슈너 대사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반유대주의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프랑스 당국은 이 참을 수 없는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쿠슈너 대사의 언행은 외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할 대사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쿠슈너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 토미 피곳 대변인은 “우리는 쿠슈너 대사의 발언을 지지한다”며 “그는 프랑스에 주재하는 미국 정부의 대표로서, 자신의 임무에서 미국의 국익 증진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프랑스에서 기록된 반유대주의 행위는 6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1건에 비해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기록된 304건보다는 두 배 이상 많은 숫자다. 프랑스는 서유럽 국가들 중 가장 큰 규모의 유대인 공동체가 존재한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약 50만명으로 프랑스 전체 인구의 거의 1%에 해당한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의 억만장자인 쿠슈너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낸 재러드 쿠슈너(44)의 부친이다. 2009년 재러드가 이방카와 결혼하며 트럼프와 사돈지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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