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칼 롤리(시애틀 매리너스)가 있다면 KBO리그에는 삼성의 르윈 디아즈(도미니카 공화국)가 있다. KBO리그 풀타임 첫해를 치르는 디아즈는 40홈런을 채우며 이미 홈런왕은 예약했다. 이제 관심은 외국인 타자 역사상 첫 50홈런 돌파 여부에 쏠린다.
디아즈는 지난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홈 경기에서 삼성이 4-3으로 앞선 3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김연주의 체인지업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볼카운트가 0B-2S로 불리했고, 김연주의 체인지업도 바깥쪽 낮은 곳에 잘 때렸지만, 디아즈의 긴 리치는 이를 충분히 정타로 때려냈다. 타구는 쭉쭉 뻗어 110m 날아가 홈런이 됐다.



디아즈는 이 홈런으로 시즌 홈런을 40개로 늘렸다. 올 시즌 KBO리그 첫 40홈런 달성자다. 홈런 부문 2위인 패트릭 위즈덤(KIA)의 홈런 개수가 30개. 이미 10개나 차이 나기 때문에 디아즈의 홈런왕 등극은 기정사실이다.
디아즈는 지난해 8월 대체 외국인 타자인 루벤 카데나스(현 키움)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멕시칸리그에서 뛰고 있던 디아즈를 영입하기 위해 삼성은 이적료 10만달러를 지불해야했다. 디아즈의 몸값은 연봉 5만달러에 인센티브 2만달러로 총액 7만달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계약이었다. 그 이유는 디아즈가 뛰고 있던 디아블로스 로호스 델 멕시코가 우승 경쟁 중이었기에 최대 이적료를 지불해야만 데려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멕시칸리그는 이적료 10만달러를 지불하면 선수를 자유롭게 풀어줘야 하는 규정이 있다. 8월15일까지 선수 등록을 해야만 포스트시즌에 뛰수 있기에 삼성은 멕시코 한국 대사관에서 속전속결로 비자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디아즈는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KBO리그에 입성했다.


다만 디아즈는 지난해 정규리그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다. 29경기에서 타율 0.282(110타수 31안타) 7홈런 19타점으로 장타력은 쏠쏠했지만, 볼넷 6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을 25개나 당하는 등 선구안이 그리 좋지 않았다. 주력도 느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의 미친 존재감이 단숨에 디아즈의 평가를 뒤집어놓았다.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3홈런, KIA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2홈런 등 가을야구에서만 5홈런을 몰아치며 신들린 장타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가을야구 성적은 타율 0.353(34타수 12안타) 5홈런 10타점 OPS 1.205. 삼성으로선 재계약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삼성 외국인 타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신의 한수’가 됐다. 개막전부터 풀타임을 치르는 디아즈는 ‘홈런 머신’이었다. 게다가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디아즈의 궁합은 찰떡이었다. 3~4월부터 11홈런을 몰아치며 시즌을 시작한 5월에도 10홈런을 가동하며 일찌감치 홈런 부문 선두로 나섰다. 6월 6홈런, 7월 6홈런, 8월 7홈런 등 기복도 뱔로 없는 모습이다. 2016년 개장한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나온 첫 40홈런 타자가 바로 디아즈다.
이제 관심은 디아즈가 남은 경기에서 얼마나 더 홈런을 추가하느냐다. 현실적인 목표는 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가 기록한 역대 외국인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인 48홈런을 넘어 첫 50홈런 돌파다. 남은 경기는 25경기. 여기에서 디아즈가 10홈런 이상을 때려낸다면 역대급 중위권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삼성의 가을야구행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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