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정학적 환경 변화 명분 삼아
인태까지 주한미군 활동 확대 계산
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韓 입장선
대만문제 등 국제분쟁 휩쓸릴 위험
방산 AI·조선협력 등 기술동맹 확대
韓 입장 동맹현대화 카드 제시할 듯
안규백, 한·미 외무 공동성명 소개
“韓 의지없이 동북아 개입없다 명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주한미군 미래형 전략화’를 언급한 것은 한국이 생각하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성으로 파악된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시각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한·미동맹을 시대적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측이 공감하지만, 중국 견제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 변화에 현대화는 불가피
미국 측은 한·미 양국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동맹 현대화 근거로 삼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맹 현대화란 강군을 보유한 두 나라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다른 작전 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주한미군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국도 호혜적 관계에 기반한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동맹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양측의 생각이 비슷한 셈이다.
한·미가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 동맹의 활동 영역과 역할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진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늘리는 것은 양측 간에 큰 문제가 없다. 이재명정부는 임기 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할 뜻을 밝힌 상태다. 동맹의 안보 부담 증대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조와도 부합한다.
주한미군도 5세대 스텔스 전투기나 다영역작전부대(MDTF) 등을 포함한 역량 강화를 고려하는 모양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의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고민하고 있다”며 “MDTF나 특히 그 예하의 다영역 효과대대(MDEB), 5세대 전투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첨단무기를 중심으로 주한미군 역량이 강화되면 북한 도발을 억제해야 하는 한국군에도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현대화 방법과 범위
문제는 주한미군의 활동 영역 확대다. 한반도 방위를 한국군이 주도하면 주한미군은 대북 도발 억지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과 중동 지역 등의 분쟁에 눈을 돌릴 여유를 얻는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미 해·공군이 앞장을 서지만 미 지상군의 지원도 필수다. 주한미군이 참여한다면 미국의 중국 견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주한미군 미래형 전략화’ 발언이 중국 문제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이 전통적 군사동맹으로서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발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국 견제가 부각되는 것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한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 한국은 국제분쟁에 휩쓸릴 위험이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북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의 지원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가 구성되고,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이 전개하는 등의 형태를 원하는데 미국은 새로운 틀로 가겠다고 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동맹 현대화’ 논의에서 미국 측 입장에 성급히 대처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주한미군 지상군 축소 및 공군 위주로 가는 것, 순환 배치하는 것 등이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방산 협력 확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동맹 확장, 조선 협력 기회 창출 등”이라며 “이러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섣불리 이를 거래하듯이 가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동맹 현대화 명목하에 주한미군 규모를 자꾸 줄여가는 것은 우리 안보에 있어 굉장히 치명적이기 때문”이라며 “원자력 협정 개정도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로 우리가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것이라도 받아내야 되는 그런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2006년 한·미 외무장관 전략 대화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을 소개하며 “미국은 한국민 의지 없이 동북아 지역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게 명시적으로 나와 있고 이것은 더 이상 재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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