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스몰 럭셔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고가의 명품 가방 대신 향수나 화장품, 프리미엄 바디제품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명품 브랜드를 체험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루비이통 최초의 뷰티 컬렉션인 ‘라 보떼 루이비통’을 출시, 립스틱·립밤 등 뷰티 제품을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한다. 독일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케이스를 설계하고, 알루미늄·황동 소재와 리필 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LV 밤’ 립밤은 10가지 색으로 출시되고, 네 개 컬러로 구성된 아이섀도 팔레트 ‘LV 옴브레’는 모두 8종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다른 명품 브랜드 뷰티 제품에 비해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립스틱과 립밤은 개당 160달러(약 22만원), 아이섀도는 250달러(약 35만원)로 각각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필용은 립스틱과 아이섀도가 각각 69달러(약 10만원), 92달러(약 13만원)이다.

루이비통의 이런 ‘초고가 전략’은 브랜드 차별성을 꾀하고 위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메스의 립스틱이 국내에서 9만 8000원, 샤넬은 5만~7만 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루이비통의 립스틱은 경쟁사 대비 2~3배 수준으로 비싸다.
명품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 때문이다. 루이비통·디올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고 밝혔다. 상반기 순이익은 22%나 급감했다.구찌의 모회사 케링도 같은 기간 매출이 16% 줄었으며, 에르메스 역시 성장률이 둔화했다.
여기에 적은 비용으로 명품을 경험하는 ‘스몰 럭셔리 시장’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니치향수, 명품 화장품, 고가 샴푸 등 스몰 럭셔리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초고가 니치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0% 급증했다. 해당 브랜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최상급 원료만을 사용해 독창적인 향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돌체앤가바나 뷰티는 향수와 메이크업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고가의 헤어케어 제품도 인기다. 이탈리아 살롱 프로페셔널 헤어케어 브랜드 다비네스는 올해 매출이 42% 늘었다. 대표 제품인 ‘에너자이징 샴푸’는 한 병에 12만원대(1000㎖)의 높은 가격에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과거 경기 불황기마다 립스틱 판매가 늘던 립스틱 효과가 최근에는 향수·화장품·헤어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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