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선발 체질이었던 것인가. KT의 토종 에이스 소형준이 선발 복귀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6패)째를 챙겼다.
소형준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2023년 5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지난해 9월 마운드에 복귀했다. 보직은 불펜이었다.

올 시즌은 개막부터 선발투수로만 뛰었다. 수술 후 처음 치르는 풀타임 시즌임을 감안해 KT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120이닝을 넘기자 선수 보호 차원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지난 15일 키움전에서 첫 불펜으로 나섰다가 0.2이닝 5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소형준은 이틀 뒤 17일 키움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세이브를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소형준은 다시 선발로 뛰겠다는 요청을 했고, KT 이강철 감독도 이를 수락해 소형준을 8~9일에 한 번씩 선발 등판시키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16일 만의 선발 복귀전이어서 낯설었을까. 소형준은 1회 1사 후 안재석, 제이크 케이브에 연속 안타를 맞은 뒤 폭투로 주자들을 한 루씩 보냈고, 1사 2,3루에서 양의지에게 유격수 땅볼을 허용해 3루 주자 안재석이 홈을 밟았다.
2회부터 소형준은 제 궤도를 찾았다. 그러나 KT 타선도 두산 선발 콜어빈에게 6.1이닝 무실점으로 눌리면서 소형준은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 놓였다.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게 전화위복이 됐다. 8회 KT 타선이 폭발했다. 김민혁의 2루타와 강백호의 고의4구로 2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엔 강민성. 2루수로 선발 출장했던 김상수가 수비 도중 허리에 불편감을 느껴 4회 수비부터 강민성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5번 타순에 강민성이 배치되어 있었다. 강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경기에서 타율 0.043(23타수 1안타)에 그쳐있던 선수. 이날도 한 타석을 소화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KT 벤치의 선택은 좌타자 장진혁 대타 카드였다. 이에 두산 벤치도 박신지를 내리고 베테랑 좌완 고효준을 올렸다. 좌타자는 좌완에게 약하다는 점을 감안한 투수 교체였다.
그러나 장진혁은 ‘좌우놀이’에 휘둘리지 않았고, 좌타자는 좌완투수에게 약하다는 통설을 한 방으로 비웃었다. 1B-1S에서 고효준의 144km짜리 직구가 몸쪽 높은 코스에 잘 들어왔지만, 이를 벼락같이 잡아당겼다. 발사각 24.4도, 165.9km의 타구속도로 115.5m를 날아간 이 타구는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포가 됐다. 0-1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나온 단비 같은 한 방이었다. 지난겨울 한화로 FA 이적한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KT에 입단한 장진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12(104타수 22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시즌 2호 홈런이 가장 극적인 순간에 나왔다.

장진혁의 한 방에 소형준은 패전투수 위기에서 단숨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게 됐다. 홈을 밟은 뒤 더그아웃에 들어온 장진혁을 안아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장진혁의 벼락같은 역전포로 3-1 리드를 잡은 KT는 3-2로 승리를 가져가면서 소형준은 시즌 8승째를 신고했다.
경기 뒤 소형준은 “후반기 승리가 없어 마음에 짐이 있었다. 7이닝 1실점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힌 뒤 “오늘 등판까지 팀에서 충분히 시간을 주셔서 선발 루틴대로 던질 수 있었다. 남은 시즌에도 팀 성적에 도움이 되는 피칭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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