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좌우놀이’를 응징하는 화끈한 한 방이었다. ‘마법사 군단’ KT가 8회 터진 대타 장진혁의 쓰리런 홈런을 앞세워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잡았다.
KT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0-1로 뒤진 8회 2사 1,2루에서 나온 대타 장진혁의 대포 하나로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T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잡으며 중위권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시즌 성적이 59승4무57패가 된 KT는 이날 NC를 00-00으로 대파하며 12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롯데(59승5무57패)와 함께 공동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NC는 54승6무54패가 되며 하루 만에 6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에서 기선을 제압한 건 스윕패를 막아내기 위해 승리가 더 절실했던 두산이었다. 1사 후 안재석, 케이브의 연속 안타와 폭투로 만든 2,3루 기회에서 양의지의 유격수 땅볼 때 안재석이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따냈다.
그러나 이후엔 KT 선발 소형준과 두산 선발 콜어빈의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 펼쳐졌다. 특히 콜어빈의 호투가 눈부셨다. 올 시즌 KT전 2경기에 선발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9.82(11이닝 12자책)으로 크게 부진했던 콜어빈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고 150km의 직구(34구)와 커브(34구), 체인지업(14구), 싱커(7구), 슬라이더(6구) 등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6.1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을 모두 산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탈삼진은 9개나 잡아냈다. 지난 6일 LG전(6이닝 3실점 비자책) 이후 3경기 만에 나온 퀄리티 스타트였다.


1회에 흔들렸던 소형준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2023년 팔꿈치 수술 이후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는 소형준은 120이닝을 채운 뒤 불펜으로 이동했지만, 본인 요청으로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16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지만,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원래 선발이었기에 투구 수 제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2회부터 소형준은 제 궤도를 되찾았다. 1회에 단 2구를 던진 포심을 봉인한 뒤 최고 150km까지 찍은 싱커(37구)와 145km까지 찍은 커터(33구) 등 변형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한 소형준은 체인지업(15구)과 커브(10구)도 곁들이며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성적은 7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


소형준이 7회까지 던지고 내려온 뒤 경기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KT는 1사 뒤 김민혁의 2루타로 단숨에 동점 기회를 잡았다. 안현민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며 2사 2루가 됐고, 두산 벤치는 강백호를 고의4구로 걸렀다.
타석엔 강민성. 2루수로 선발 출장했던 김상수가 수비 도중 허리에 불편감을 느껴 4회 수비부터 강민성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5번 타순에 강민성이 배치되어 있었다. 강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경기에서 타율 0.043(23타수 1안타)에 그쳐있던 선수. 이날도 한 타석을 소화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KT 벤치의 선택은 좌타자 장진혁 대타 카드였다. 이에 두산 벤치도 박신지를 내리고 베테랑 좌완 고효준을 올렸다. 좌타자는 좌완에게 약하다는 점을 감안한 투수 교체였다.


그러나 장진혁은 그 통설을 한 방으로 비웃었다. 1B-1S에서 고효준의 144km짜리 직구가 몸쪽 높은 코스에 잘 들어왔지만, 이를 벼락같이 잡아당겼다. 발사각 24.4도, 165.9km의 타구속도로 115.5m를 날아간 이 타구는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포가 됐다. 0-1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나온 단비 같은 한 방이었다. 지난겨울 한화로 FA 이적한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KT에 입단한 장진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12(104타수 22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시즌 2호 홈런이 가장 극적인 순간에 나왔다.
두산도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KT는 8회부터 마운드에 김민수를 올렸다. 이상동, 손동현이 전날까지 3연투를 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두산은 8회 1사 후 정수빈이 안타로 출루했고, 안재석은 김민수에게 삼진을 당하며 2사 1루. KT 벤치는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마무리 박영현에게 ‘4아웃’ 세이브를 맡긴 것. 박영현은 케이브를 평범한 2루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그러나 강민성 타석에서 대타 장진혁 카드를 쓰느라 2루수 요원이 부족해진 KT는 1루를 보던 황재균을 2루로 보냈고, 3루나 1루 수비를 주로 나서던 황재균은 2루 수비가 익숙하지 않았다. 높게 뜬 공을 잡으려 뒷걸음질치던 황재균은 이 타구를 놓쳤고, 2아웃이라 타구가 뜨자마자 스타트를 끊은 정수빈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어이없는 실책 하나에 경기 양상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흔들린 박영현은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에 몰렸지만, 대타 박준순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영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KT의 주말 3연전 스윕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시즌 31세이브르 거뒀다. 장진혁의 홈런 덕에 패전투수 위기에서 단숨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게 된 소형준은 시즌 8승(6패)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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