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정상에 호통·무례한 행동 일삼아
文정부 땐 회담 직후 ‘FTA 재협상’ 글
빅터 차 “이번 회담서도 예외 아닐 것”
“맞서 싸우기보단 차분함 유지가 관건
잘못된 수치 거론 땐 차후 바로잡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외국 정상들의 만남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큰소리를 치고, 무례한 행동을 보이고, 회담 의제와 관계없는 내용으로 면박을 주는 등 예측이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이는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쓰는 일종의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기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맞서 따지기보다는 개인적 친밀감을 먼저 형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는 예측 불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 그것을 알고 있고 이번 회담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리우스 데어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도 정상회담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17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직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 합의에서 도출된 성과와 완전히 다르거나 상충하는 듯 보이는, 뜬금없는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한 뒤 약 7개월의 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돌출 행동을 여럿 보였다.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면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3차 대전을 두고 도박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고,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하면서는 갑작스럽게 백인 농부 학살 의혹 영상을 틀면서 남아공 백인 농부들이 집단 학살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기 당시인 2018년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는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며 유럽 정상들에게 호통을 쳤다.


‘미치광이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협상 방식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BBC는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방에게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어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방식”이라며 “트럼프는 그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믿으며 동맹국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피터 트루보위츠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BBC에 “트럼프가 부동산 협상에서 배운 교훈”이라며 “트럼프 주변 인사들은 대부분 예측 불가능성을 좋은 것으로 본다. 미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처 방식은 ‘맞서 싸우기’보다는 개인적 친밀감 형성과 차분함 유지라는 조언이 나온다. 차 석좌는 “협상하기 어려운 의제는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좋다”며 두 정상이 관계의 ‘화학적 친밀감’을 형성함으로써 이후 협의를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 조야에서는 6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 가진 전화통화에서 서로 암살 시도의 위기를 거친 적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좋은 접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KEI 소장은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취재진을 앞에 두고 ‘잘못된 수치’를 거론할 경우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대응하는 게 좋겠냐는 질문에 즉각 대응을 자제하고 회담 후 양측의 사람들이 정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명으로 언급하고,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는 한국이 미국에 4배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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