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19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팀 투수진에 대한 평가와 함께 평소의 투수에 관한 지론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10승3패 평균자책점 2.69로 3년 연속 10승, 평균자책점 전체 5위, 토종 1위에 올라있던 선발 임찬규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염 감독은 “(임)찬규의 공만 놓고 보면 3점대 중후반 평균자책범에 10~13승 정도가 에버리지인 투수라고 봐야 한다. 가지고 있는 구종인 구속을 보면 컨디션 좋은 날에는 언터쳐블이지만, 맞는 날에는 확 난타를 허용하기 때문에 3점대 중후반의 평균자책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의 선전은 그간 쌓인 경험을 토대도 위기 관리 능력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본인이 어떤 볼 배합으로 타자와 어떻게 싸워야 될지를 스스로 정립한 것 같다. 향후에 직구 구속이 138~139대로 떨어져도 10승은 할 수 있는 투수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칭찬과 디스(?)가 섞인 듯한 사령탑의 평가. 이에 임찬규가 극강의 위기 관리 능력으로 자신이 왜 올 시즌 LG를 넘어 10개 구단 통틀어 최고의 토종에이스인지를 증명했다.
임찬규는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7피안타 4사구 4개를 내주는 와중에도 단 2실점만 내주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LG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5연승을 달린 LG는 후반의 24승1무5패의 ‘미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즌 성적 72승3무42패로, 2위 한화(66승3무48패)와의 승차는 5.5경기 차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선두 한화에 5.5경기 차 뒤진 2위였지만, 후반기 대반격을 통해 5.5경기차 앞선 선두인 LG다. 무려 11경기를 벌어낸 셈이다.
사실 이날 임찬규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다양한 구종과 커맨드, 제구력을 주무기로 하는 피네스 피처인 임찬규는 이날 볼넷 3개에 사구 1개를 내줬다. 게다가 안타도 7개나 맞으며 11명을 누상에 내보냈다.
게다가 팀 수비진도 임찬규를 도와주지 않았다. 주범은 3루수 문보경. 2회 2사 1루에서 땅볼 포구 실책을 저지르며 이닝을 끝마칠 상황에서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안방마님 박동원이 1루주자 김태군을 픽오프로 잡아내며 임찬규를 위기에서 구해줬다. 3회에도 문보경의 실책은 이어졌다. 1사 2루에서 김규성의 평범한 3루 땅볼을 문보경이 원바운드로 송구했고, 이를 오스틴이 잡아냈다가 놓치는 바람에 1사 1,2루가 됐다.
임찬규도 사람이었다. 나성범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후속 타자는 최형우와 위즈덤.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다 보니 3-0으로 앞서있지만, 순식간에 역전도 허용할 수 있는 상황. 여기에서 염 감독이 말한 임찬규의 수년 간의 경험이 바탕이 된 극강의 위기관리 능력이 나왔다. 최형우를 상대로 2B-2S에서 절묘한 체인지업을 한 가운데에 꽂아넣었고, 타이밍을 뺏긴 최형우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위즈덤을 초구에 3루 땅볼로 유도해냈다. 이번에도 문보경은 3루 베이스를 터치할지 망설이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엔 1루로 재빨리 공을 뿌려 이닝을 끝냈다.
임찬규는 4회에도 2사 후 볼넷과 2루타로 2사 2,3루에 몰렸지만, 박찬호를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내며 또 한 번 위기에서 벗어났다.
LG가 5회에 석점을 추가하며 6-0으로 앞서 나갔고, 임찬규도 5회 위즈덤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첫 실점을 내줬다. 6회에도 2사 1,2루에서 대타 김선빈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며 6-2가 됐다. 어느덧 임찬규의 투구수는 105개. 염 감독은 임찬규를 내리고 이정용을 올렸다. 이정용은 첫 타자 나성범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선배의 책임주자를 막아내줬다. 이날 선발 매치업은 평균자책점 부문 2위였던 제임스 네일을 앞세운 KIA의 우세였지만, 이날 네일은 5이닝 8피안타 6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임찬규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5.2이닝 2실점(2자책)을 기록한 임찬규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69에서 2.71로 다소 올랐다. 그러나 이 수치는 올 시즌 투수 전체에서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토종 투수 중엔 1위다. 11승은 박세웅(롯데), 후라도(삼성)와 공동 4위. 토종만 따지면 박세웅과 공동 1위다. 이닝 부문에서도 임찬규의 진가가 빛난다. 대부분 외인 에이스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닝에서도 임찬규는 올 시즌 139.1이닝을 소화해 9위에 올라있다. 토종 중에는 단연 1위다.
평균자책점, 다승, 이닝소화까지 토종 1위. 이쯤이면 이제 인정해야 한다. 올 시즌 현재까지 토종 투수 NO.1은 임찬규다. 3점대 중후반 평균자책점이 적당하다던 사령탑의 평가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 아마도 LG가 선두를 질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임찬규의 맹활약 덕분이다.
임찬규는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6억원, 보장금액은 20억원에 인센티브가 24억원으로 보장금액보다 더 많은 계약이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오버페이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FA 역사상 최고의 ‘혜자계약’이 유력한 임찬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연명 의료 중단 인센티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7/128/20251217518575.jpg
)
![[세계타워] 같은 천막인데 결과는 달랐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7/128/20251217518533.jpg
)
![[세계포럼]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라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9/10/128/20250910520139.jpg
)
![[열린마당] 새해 K바이오 도약을 기대하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7/128/2025121751835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