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교부, 파리 주재 이탈리아 대사 전격 초치
프랑스가 이탈리아 정부 각료의 프랑스 대통령 모욕 발언을 이유로 파리에 주재하는 이탈리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023년 이래 빈번한 외교 분쟁을 겪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에마누엘라 달레산드로 주(駐)프랑스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했다. AFP는 어느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조롱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건설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전했다.
마크롱은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휴전이 이뤄지는 경우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할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20개 넘는 나라들이 이른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결성하고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 합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이탈리아 정부는 ‘우리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프랑스군을 국제 평화유지군 일원으로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려는 마크롱의 계획을 두고 살비니는 “본인 스스로 직접 방탄헬멧을 쓰고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달려가든지”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를 자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한 프랑스 정부가 발끈한 것이다.
극우 정당 ‘북부동맹’의 대표인 살비니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민을 혐오하고 러시아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그는 올해 3월에도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몰아넣었다”며 마크롱을 “미친 사람”이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023년부터 부쩍 잦은 외교 마찰을 겪고 있다. 이는 중도 성향의 마크롱과 극우에 가까운 멜로니의 정치적 견해차 탓이 크다. 마크롱은 낙태와 이민을 엄격하게 단속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방침을 두고 멜로니와 여러 차례 독한 설전을 벌였다.
멜로니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 이탈리아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자 마크롱은 이탈리아의 외교적 고립을 시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유럽 주요국 정상회의에서 멜로니를 고의로 배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는 빠지고 프랑스·독일·폴란드 3개국 정상만 우크라이나에 가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는 등 어색한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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