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가 퇴진 요구 ‘방파제’ 돼
일본은 ‘대일 강경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를 통해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선명히 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반색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보좌관을 맡고 있는 자민당 나가시마 아키히사 의원은 요미우리에 “많은 일본 국민이 이 대통령의 자세를 우려해왔는데, 이번 (인터뷰) 발언은 불안을 불식시킨 것 아닌가”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의욕을 보인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관계가 깊어진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 일각의 퇴진 요구로 거취가 불투명한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도 이 대통령의 방일과 인터뷰 내용이 힘이 된다는 분석이다. 주요국 정상이 이시바 총리를 카운터파트로 인정하는 것인 데다 대북 공조, 경제·문화적 교류 확대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이 대통령에 이어 2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방일,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등이 이어진다며 “잇단 외교 일정이 당내 퇴진 요구의 방파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야권과 전문가들도 이 대통령 인터뷰를 호평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시게도쿠 가즈히코 정무조사회장은 이 대통령이 일본과의 안전보장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동아시아에서는 일·한(한·일)이 손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한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취임 후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하면서 일본 중시 자세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데다 방일 전 인터뷰에서 일본 측 우려를 해소한 것은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강제동원·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와 유족 입장을 강조한 데 대해서는 “한국 지도자로서 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며 “일본도 이 대통령이 (강경 지지층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내성적 위험성을 안고 대일 외교에 임한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집권여당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은 “역사 문제의 재협의를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 입장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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