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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푸드 포르노와 소울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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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1 22:56:43 수정 : 2025-08-21 22: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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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는 잠언이 있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줄 뿐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특히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킨 파인 다이닝의 세계는 미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더없이 매혹적이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장이다.

 

쓰카하라 아유코 감독의 ‘그랑 메종 파리’는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에 도전하는 일본인 셰프 오바나와 그의 크루들의 열정과 도전을 다룬 영화다. 전작인 ‘그랑 메종 도쿄’에서 미슐랭 3스타 획득에 성공한 오바나는 이번에는 세계 미식의 심장인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에 도전한다. 도쿄에서의 미슐랭 3스타 획득이 자신의 안방에서 일궈낸 성과였다면, 파인 다이닝의 성지인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에 도전한다는 것은 훨씬 고된 도전임이 틀림없다. 파인 다이닝의 종가임을 자부하는 프랑스에서 언어 장벽과 문화적 편견을 극복하고 3스타를 획득한다는 것은 동양인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기 때문이다.

그 험한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 오바나는 자신의 식당에서 독재자가 된다. 각자의 장점과 전문성을 갖춘 셰프들을 자신의 철학 구현의 도구로 사용한다. 좌충우돌 끝에 첫 번째 도전에서 그는 철저히 패배를 맛본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실패를 곱씹는 가운데 비로소 깨달음이 온다. 오바나가 자신의 크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와비메시’를 만들어 대접한 이후의 시간은 마법 같은 순간의 연속이다. 그렇게도 구하기 어렵던 1등급 재료들의 수급이 가능해지고 이전에 혹평했던 셀럽들은 그에게 4스타급이라고 칭송한다. 갈등과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던 순간에 일어나는 이 반전은 차라리 한 편의 판타지에 가깝다.

 

특히 최고의 정찬을 준비하는 마지막 30분은 시각적으로 더없이 황홀해서 관객의 욕망마저 끓게 한다. 나도 저 식당의 손님이 될 수 있다면. 이 화려함은 분명 욕망을 자극한다. 그런데 그 황홀한 매혹 속에서 못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한 구석이 있다. 바로 대다수 사람에게 이 화려한 미식의 세계는 결코 일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잘해야 일 년에 한 번, 혹은 평생에 한 번, 그도 아니면 평생에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미지의 세계이다. 미식은 오감을 동원한 공감각적이고 총체적인 경험이지만 불행히도 대다수 관객은 이 감각의 향연을 시각적으로만 즐길 수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푸드 포르노이다. 그것은 더없이 아름답고 완벽하게 시각적으로 극대화되어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에서는 충족되기 힘든 판타지이다.

 

우리에게 현실은 무엇인가? 고흐가 1885년에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고된 노동과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거친 손으로 먹는 감자. 이 그림을 그리면서 고흐는 “나는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에게 음식은 그런 것 아닐까? 파인 다이닝의 세계에 접근하기 어려운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든 노동의 과정과 연결된 감자 한 알이야말로 진정한 소울 푸드 아닐까?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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