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을까. 롯데가 22년 만에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승부사’ 김태형 감독이 연패를 끊기 위해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필승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오히려 이게 ‘악수’가 되면서 패했다. 반면 ‘되는 집’의 전형인 LG는 8회 2사 상황에서 마무리 유영찬 투입에 제대로 먹혔다. 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의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 한 판이었다.
롯데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3-5로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2003년 7월 이후 22년 만에 10연패의 늪에 빠졌다. 19일 9연패까지는 수성했던 3위 자리도 이제는 내줘야 했다. 58승4무55패가 된 롯데는 이날 KT를 5-3으로 꺾은 SSG(56승4무53패)에 승차는 없지만, 승률에서 뒤져 4위로 내려앉았다.

2회 오지환에게 선제 솔로포를 허용하는 등 두 점을 먼저 내준 롯데. 이날도 연패 탈출은 요원한가 싶었지만, 3회 빅터 레이예스의 소중한 한 방이 터졌다. LG 선발 손주영을 상대로 레이예스가 역전 중월 3점포를 터뜨리며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홈런 56개로 10개 구단 통틀어 압도적 꼴찌였던 롯데에 그야말로 단비같은 한 방이었다.
레이예스의 역전포에 선발 나균안도 힘을 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8월 평균자책점이 2.55로 안정적이었던 나균안은 이날 경기에서 연패 탈출을 위해 역투했다.

3-2로 앞서던 6회 2사 후 나균안은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나균안의 당시 투구수는 84구. 아직 더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연패 탈출을 위해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필승조 우완 정철원을 투입했다.
결과론이지만, 이게 패착이 됐다. 오지환이 2루 도루로 득점권 상황을 만들었고, 구본혁이 정철원을 상대로 3-3 동점을 만드는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3-3 동점 상황이라도 이어줬으면 좋았으련만 정철원은 7회에도 흔들렸다. 선두타자 박해민을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신민재와 천성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3루에 몰렸다.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또 다른 필승조 최준용. 그러나 오스틴 딘에게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를 맞았고, 신민재가 홈으로 들어오기엔 충분했다. 4-3 LG 역전이었다.

불펜 싸움에서는 LG의 압도적 우위였다. LG는 8회가 되자 전날 처음으로 필승조 일원으로 등판해 시즌 2호 홀드를 올렸던 고졸신인 김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전날은 1이닝을 13구만에 삭제했던 김영우지만, 이날은 선두타자 레이예스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주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유강남과 노진혁을 뜬공과 삼진으로 잡아낸 김영우는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마무리 유영찬에게 넘겼다. 1점차 리드를 지키기엔 또 다른 필승조 김진성보다는 마무리 유여찬에게 ‘4아웃 세이브’를 맡기는 게 낫다는 염경엽 감독의 선택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필승조 조기 투입이 실패한 것과는 다르게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유영찬은 나승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영찬은 선두타자 박찬형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연속 삼진 후 손호영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에 몰렸지만 고승민을 3루 플라이로 잡아내며 기어코 롯데를 10연패의 늪으로 밀어넣었다.


3연승을 달리며 시즌 70승(2무43패)에 선착한 LG는 이날 2위 한화(65승 3무 46패)가 두산에 9-13으로 패하면서 승차를 4경기까지 벌렸다. KBO가 발표한 잔여경기 일정에서 9월말 LG와 한화의 3연전을 배치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두고 벌이는 한판 승부의 장을 펼쳐놨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후반기 22승5패를 달리고 있는 LG가 그 전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차지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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