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특검팀(특검 조은석) 조사가 자정을 넘기고 출석 약 16시간 30분만에 마무리됐다. 특검팀은 두 차례 조사를 마친 후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심야까지 한 전 총리를 조사했다. 한 전 총리는 자정쯤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해 이날 오전 2시쯤 조사를 마쳤다. 이번 조사에서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게 계엄 방조부터 사후 문건 작성, 정부 부처 출입 통제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캐물었다. 한 전 총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팀이 준비한 질문에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일 조사에 이어 한 전 총리가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은 두 번째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가담한 의혹을 받는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선포를 건의하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국무회의 부의장 역할도 국무총리가 맡는다.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당시 계엄 선포 절차 전후 의사결정 및 행위에 모두 관여하는 국무총리였던 만큼 그를 중요 가담자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내란 특검팀이 한 전 총리의 탄핵심판 때와 달리 내란 행위와 관련한 위법 판단을 받아냈을지 주목된다. 헌재는 3월 한 전 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19일 브리핑에서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헌재가 사건을 판단할 때는 증거가 수집되지 않은 상태였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를 건의·소집한 이유는 비상계엄을 말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비상계엄을 하려고 한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 말을 듣고 말렸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다른 국무위원들의 말도 들어보시라”고 의견을 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이미 대통령실에 와 있던 국무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13명 국무위원 중 임의로 정한 6명에게만 대통령실로 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무회의 정족수 11명이 채워지자 2분간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란 특검팀이 조만간 한 전 총리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특검팀은 내란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 핵심 인물을 구속했다.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 국무위원으로, ‘계엄의 두 축’으로 지목돼 왔다. 특검팀이 두 사람을 모두 재판에 넘긴 만큼,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한 전 총리를 구속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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