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력 고도화 韓 안보위기 심화
한·미회담서 원자력협정 등 논의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이 시작된 그제 UFS에 대해 ‘가장 적대적·대결적 입장의 표명’이라고 주장하며 ‘핵무장화의 급진적 확대’를 선언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대북 유화 제스처가 계속되는 와중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UFS 연습의 축소나 철폐를 남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UFS를 핵 무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 발언은 적반하장이다. 북한의 6·25 남침이나, 1945년 분단 이래 80년간 계속돼온 대남 무력도발·적대 정책이 없었다면 UFS 연습이 왜 필요하겠는가 생각해 보기 바란다. UFS는 한·미 동맹이 북한의 군사 위협에 맞서 국가 방위, 국토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 훈련일 뿐이다.
28일까지 진행되는 UFS는 당초 계획된 야외기동훈련(FTX) 중 절반인 20여건이 9월로 연기됐다. 여름철 폭염 탓이라는 게 당국의 공식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대북 대화를 모색하면서 훈련 축소와 일정 변경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북한이 해마다 UFS에 대해 대북 공격 훈련, 핵전쟁 훈련이라고 반발하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1990년대 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미연합 팀스피릿 훈련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지만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 연합훈련의 변경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특히 북한의 군사력 강화 추세를 경계해야 한다. 핵전력을 보유한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현대화된 군사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사실상 전투 경험이 전무한 국군이 세계 최강 미군과 손발을 맞추며 실전적 군사 능력을 체험하는 소중한 장이 되고 있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 노력과는 별개로 한·미 연합훈련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임박한 한·일,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 외교안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주도적으로 개진해야 한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한 안보 위기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한국의 핵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의제가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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