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와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 그 이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외국인 투수 교체였다.

선두 LG는 2023시즌 이후 2년 만의 통합우승을 위해 지난 시즌 가을야구의 히어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결별했다. 지난해 LG의 최장수 외인 케이시 켈리의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한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합쳐 6경기 11이닝 1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언터쳐블’의 퍼포먼스를 통해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 14경기 66이닝 4승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냈다. 그렇게 LG는 에르난데스와 이별하고 연봉 27만달러, 이적료 10만달러 등 총액 37만 달러를 들여 새 외국인 투수로 앤더스 톨허스트(26)를 데려왔다.
8년 만의 가을야구이자 1999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롯데도 올 시즌 10승5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 중이던 좌완 선발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했다. 드러난 지표 상으로는 수준급인 데이비슨이지만, 시속 150km가 훌쩍 넘는 포심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피안타율은 0.262로 높았다. 여기에 9이닝 당 볼넷 개수도 3.5개로 제구력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보니 이닝 당 출루 허용(WHIP) 1.39에 달했다. 22경기에 등판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는 등판 경기의 절반인 11번에 그쳤다. 롯데의 선택은 메이저리그 통산 191경기, 선발 144경기 등판에 빛나는 베테랑 빈스 벨라스케즈(33)였다.
톨허스트와 벨라스케즈의 빅리그에서의 커리어는 극명하게 갈린다. 벨라스케즈는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58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았다. 반면 톨허스트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23라운드 전체 687순위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선택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 보여준 기량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평가한 잠재력은 꽤 차이가 났다는 얘기다.


그 잠재력의 차이는 빅리그 등판 경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벨라스케즈는 5선발 급에 머물긴 했지만, 빅리그에서 144경기나 선발 등판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38승51패 평균자책점 4.88. 다소 평범한 성적이지만, 야구 천재들이 득시글대는 메이저리그에서 144경기나 선발 등판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재능이 꽤 특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톨허스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총 92경기, 선발은 21경기 등판에 불과했다. 그나마 트리플A도 올 시즌에 처음 밟아봤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도 15승10패 평균자책점 4.38에 불과했다. KBO리그에 입성한 외인 중에서도 미국 무대에서의 커리어는 거의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KBO리그 데뷔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180도 달랐다. 지난 12일 수원 KT전에서 첫 선발 등판에 나선 톨허스트는 80구의 투구수 제한이 걸려있었지만, 7이닝 동안 77구만을 던지는 효율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완벽투를 보여줬다. 탈삼진은 7개. 투구수 제한만 걸려있지 않았다면 완투나 완봉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였다. 패스트볼 구속은 꾸준히 152~153km에 형성됐고,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에 존 구석구석과 보더 라인을 공략하는 제구력도 일품이었다.
톨허스트의 충격적인 데뷔전 다음날, 벨라스케즈도 대전 한화전에서 출격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52km까지 나왔지만, 깨끗한 폼에서 들어오는 벨라스케즈의 포심은 한화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처음 맞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선 투수가 유리하기 마련이지만, 한화 타자들은 벨라스케즈의 공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세컨드, 써드 피치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꺾이는 정도도 타자들을 그다지 현혹시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2회 내외야의 아쉬운 수비까지 나오면서 벨라스케즈는 3이닝 6피안타 2볼넷 5실점에 그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톨허스트와 벨라스케즈는 KBO리그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19일부터 21일까지 잠실에서 펼쳐지는 LG와 롯데의 주중 3연전의 첫 머리에서 두 투수가 만나게 됐다.
어깨가 훨씬 가벼운 쪽은 톨허스트다. 데뷔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준 데다 선두 LG의 팀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정도다. LG는 후반기에 20승5패의 ‘미친 상승세’로 한때 선두 한화에 5.5경기 차로 뒤졌던 격차를 뒤집고 선두에 등극한 상황이다.
반면 롯데는 8연패에 빠져있다. 게다가 삼성과의 지난 주말 3연전 마지막날엔 7-3으로 앞서다 8회 조기투입한 마무리 김원중이 김영웅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연장 11회 끝에 8-8로 비기면서 연패 탈출엔 실패했다. 벨라스케즈로선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데뷔전에서의 부진을 씻기도 바쁜 데 팀의 연패 탈출까지 이끌어야 하는 중책이 맡겨진 셈이다.


과연 19일 펼쳐지는 톨허스트와 벨라스케즈의 맞대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톨허스트가 데뷔전에 이어 또 다시 완벽투를 펼치며 LG의 2년 만의 한국시리즈 패권 탈환의 선봉장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벨라스케즈가 빅리그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증명하며 롯데의 8연패 탈출을 만들어낼까. 이래저래 많은 게 달린 19일 LG-롯데의 맞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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