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수색 권한 없어… 총기 휴대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수도 워싱턴에서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시가지에 주(州)방위군이 투입된 뒤 1주일이 지났다.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사회에서 ‘과잉 대응’이란 비판이 거센 가운데 미 국방부는 특히 주방위군 배치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미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범죄 비상사태 선포 후 1주일을 맞아 그간의 활동 내용과 실적을 소개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워싱턴에 투입된 주방위군 병력은 육군 680명과 공군 130명을 더해 810명 규모다.
워싱턴과 인접한 웨스트버지이나주가 워싱턴의 치안 확립 지원을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한 상태이나, 구체적으로 몇 명의 장병이 수도에 파견될 것인지는 베일 뒤에 가려져 있다. 앞서 공화당 소속인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워싱턴을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계획을 지원하도록 주방위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주방위군 투입 이후 워싱턴이 한층 더 안전해졌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 16일 링컨 기념관, 스미소니언 박물관, 워싱턴 기념탑 등 미 수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밀집한 내셔널몰(National Mall) 일대에서 국립공원관리청 소속 경찰관이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마침 근처를 순찰 중이던 주방위군 공군 소속 병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병장은 재빨리 달려가 폭행 용의자를 제압했고 그를 현행범 신분으로 잠시 구금한 뒤 신병을 경찰에 인계했다.
전투복 차림의 군인들이 수도 시가지를 활보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거부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주방위군 병사들은 체포나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경찰 등 민간 법 집행 기관을 지휘할 권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가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 범죄 용의자를 일시적으로 구금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구금한 용의자를 신속히 경찰에 넘겨야 한다.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 장병은 방탄복을 비롯한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총기를 휴대할 수 있으나 평상시에 총기는 무기고에 보관한다. 병사들은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무한궤도 전투 차량 대신 바퀴가 달린 다목적 차량을 이용하는 중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워싱턴 자치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워싱턴에서 범죄가 급증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24년 워싱턴의 폭력 범죄 발생률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 자료를 제시했다. 연방의회 하원의원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방위군 투입을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이 개인적·정치적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워싱턴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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