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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수면’이 뇌건강에 미치는 영향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입력 : 2025-08-23 19:00:00 수정 : 2025-08-20 19: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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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열대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불면증은 전체 인구의 약 30%가 경험하는 흔한 수면 장애로, 최소 일주일에 3일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유지가 힘들어 낮 동안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성인의 10~15%가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불면증은 낮시간 피로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울증이나 심뇌혈관질환으로도 연결된다. 특히 5시간 미만으로 적게 자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2~3배 이상 높아진다.

잠을 짧게 자면 몸에 여러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혈관벽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호르몬을 밤에도 과도하게 유발하여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고, 혈압 및 심박수 상승으로 심혈관계 부담을 높여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반대로 많이 자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될까.

안타깝지만 ‘장시간 수면’ 역시 건강에는 좋지 않다. 9시간 이상의 긴 수면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3배 정도 높인다. 국내 연구에서는 오랜 수면 시간이 뇌출혈 위험을 5배까지 높인다는 연구도 나왔다. 긴 수면이 혈관 염증, 당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자율신경계 이상 등을 초래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높이며 뇌졸중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성인의 적절한 수면 시간은 7∼8시간이다. 만약 불면증이 있다면 먼저 그 원인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갑자기 잠이 안 오는 경우는 급성 스트레스,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적인 요인, 또는 갑작스러운 수면 환경 변화나 건강상 문제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급성 불면증 상황에서 낮잠, 술 의존, 밤늦은 스마트폰 사용 등은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이는 초기 요인 제거 후에도 잠이 오지 않는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을 잘 자고 싶다면, 아주 소소하지만 중요한 다섯 가지를 지키는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게 중요하다. 우리 뇌 속의 생체시계는 수면-각성 일주기 리듬을 조절한다. 이 일주기 리듬은 우리가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잘 수 있도록 돕는데, 여기에 빛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낮 동안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면서 운동하고 산책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밤에는 빛을 차단하는 것이다. 생체시계에서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려면 밤에는 빛이 차단되어야 한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주위를 너무 환하게 하면 잠들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밤에는 최대한 어둡게 하고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셋째, 늦게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밤늦게 너무 많이 먹으면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어 체중이 늘 뿐 아니라, 포만감 자체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자기 2시간 전에는 가급적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넷째,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술로 잠을 유도하면 술에 의존도가 생기고, 음주 후에는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다음날 더욱 피곤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다섯째,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전날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다음날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있거나 낮잠을 자면 결국 밤에 잠이 오지 않게 된다. 전날 잠을 잘 못 잤더라도 항상 같은 시간에 기상하여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열대야에 잠을 잘 자고 싶어서 즐기는 시원한 맥주 한잔과 치맥은 수면 부족으로 한번, 음주·고열량 음식으로 또 한번 더 뇌졸중 위험만 높인다. 유난히 무더운 이번 여름, 건강을 위한 현명한 수면이 필요하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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