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해병대 ‘원팀’ 정신 입증하는 이정표”
미국 해군사관학교 18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병대 장성이 교장을 맡았다. 해사 졸업생 상당수가 해병대 장교로 진출하긴 하지만 교장이 되어 해사로 돌아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7일(현지시간) 미 해사에 따르면 약 1개월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사 교장 후보자로 지명된 마이클 보그슐테 해병대 중장이 최근 정식으로 취임했다. 그는 해사 교장이 되기 전 해병대사령부 인사참모부장으로 일했다.

1969년생인 보그슐테 장군은 1991년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사를 졸업하고 항공 병과 소위로 임관했다. 주한미군 예하 해병대 부대가 주둔한 경북 포항의 캠프 무적(CAMP MUJUK)에서 복무할 당시 대위로 진급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편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으며 2024년 중장으로 진급했다.
1845년 창설돼 올해 개교 180주년을 맞은 미 해사는 그간 숱한 해병대 장교를 배출했다. 이는 해병대만의 독자적 사관학교가 없고 해사가 해군 및 해병대 장교를 모두 양성하는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 국방부 예하 육·해·공군 3군부 가운데 해군부가 해군과 해병대를 나란히 관장하고 있다. 해병대가 해군의 일부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해군·해병대가 서로 완전히 분리된 독립 군종(軍種)인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현실에서 둘은 뗴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다만 그간 해사 교장은 전원 해군 장성들로 채워져 왔다. 해사에서 교수나 행정 요원 등으로 일한 해병대 장교는 있어도 교장으로까지 올라가진 못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보그슐테 장군은 풍부한 작전 경험과 전략적 통찰력을 지닌 장성”이라며 “그가 해병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해사 교장 직책을 맡게 된다면 이는 해군·해병대의 ‘원팀’ 정신을 입증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해사 교장인 이벳 데이비스 해군 중장은 전역하는 대신 해군본부 작전참모부장으로 이동했다. 데이비스 제독은 미 해사 역사상 첫 여성 교장에 해당한다. 그가 교장 취임 후 1년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된 것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지우기 일환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DEI의 기치 아래 여성 장군 및 제독들이 인사상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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