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 남북 관계 악화 가능성”
문재인정부 시절 정부가 북한에 전달한 한강 수로도는 국가 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최근 구주와 변호사가 국립해양조사원을 상대로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도를 공개하라”며 낸 정보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구 변호사는 지난해 7월 해양조사원에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2018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맺고 한강 하구를 민간 선박이 항해할 수 있도록 한강 수로도를 제작하기로 했다. 남북은 약 두 달간 공동 조사를 벌여 수로도를 만들었고, 우리 정부는 이듬해 1월 판문점 군사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에 이를 전달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2020년 9월 보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해당 수로도를 3급 비밀로 지정했다.
구 변호사는 소송에서 “적국에 공개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초 수로도는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공동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지만, 남북 관계 긴장이 지속되면서 당초 목적을 그대로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수로도가 일반 대중에 공개될 경우 남북 관계를 자극·악화시키거나 국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어 이를 3급 비밀로 지정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구 변호사의 소송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정보공개 청구는 수로도를 공개받아 항해 등에 활용하려는 게 아니라, 단순 호기심에 기인하였을 뿐”이라며 “원고가 이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 등 고위 공무원들을 간첩죄 혐의로 고발했지만 모두 불송치 결정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정보 공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진상규명’의 실체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자유통일당 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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