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본회의 앞두고 막판 여론전
“제조업 근간 흔들어 혼란 불가피
재계 수정안 수용해야” 거듭 촉구
‘사업 경영상의 결정’ 제외도 호소
노동계 “근거 없는 공포마케팅”
여야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두고 ‘2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의사진행 방해) 대치를 예고한 가운데 18일 재계와 노동계가 각각 법안 수정과 원안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는 원청 한 곳이 수백·수천개 하청기업 노조와 교섭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경영상 결정까지 파업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이달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21일부터 노란봉투법·2차 상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방침으로 전해지자 경제계는 노사관계 악영향을 고려해 노란봉투법에 경제계가 내건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반영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과 함께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경제6단체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란봉투법으로 우리 제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 현행법 유지를 호소했지만, 국회는 노동계 요구만 반영해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며 “경제계는 법이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에 대해 기업이 노동자를 상대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노동자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경제단체는 이런 법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게 하는 대안을 만들어 정치권에 제시했다. 그 대신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조법 제2조 개정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자에서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로 넓히고,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을 포함시켰다.

경제6단체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 수십·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시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계는 특히 수백·수천개의 하청업체를 둔 자동차·조선·철강 등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하청업체가 4000여개 넘는데 다수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 올 경우 응해야 하는지 회사 자체적으로 판단이 불가해 극도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정유기업 관계자는 “운송을 외부 물류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화물연대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사는 물류업체와 도급 계약을 한 운송기사들의 현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감해했다.
경제단체들은 또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더라도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은 반드시 제외해달라”며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산업 구조조정은 물론 해외 투자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돼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게 된다”고 호소했다.
경제6단체는 아울러 “법이 개정될 경우 최소한 1년 이상 시행을 유예해달라”며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날 경제6단체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공포마케팅이자 국회 입법을 막기 위한 발악”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경제계는 더는 여론전으로 법 개정을 가로막으려 하지 말고, 진정한 교섭 상태로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은 더 성숙한 노사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6단체의 법안 통과 반대 회견 뒤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한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노조법 개정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흔들림 없이 이번 주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찬성 회견을 했다. 같이 회견에 나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도 “국회는 더 이상 경제계의 억지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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