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에서 7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던 40대 자영업자 A씨는 지난달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기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남은 건 6000만 원 넘는 빚뿐이었다. A씨처럼 대출을 안고 폐업한 소상공인이 올 2분기에만 약 49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18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507만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7.9%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8% 줄었다.
KCD 관계자는 “봄·여름철 소비 활동이 다소 살아나며 전 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소비 둔화 추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외식업이 타격을 가장 크게 입었다. 특히 술집 매출이 전년 대비 9.2% 급감했다. 분식(-3.7%), 아시아음식(-3.6%), 패스트푸드(-3.0%), 카페(-2.4%) 등도 줄줄이 감소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에서는 노래방·피시방·스포츠시설 등 여가 업종이 –8.3%로 부진했고, 숙박·여행 서비스업 매출도 3.2% 줄었다.
강예원 KCD 데이터총괄은 “외식·여가 분야의 소비 위축은 단순 매출 감소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과 지출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며 “해외여행 수요 증가도 국내 소비 여력을 잠식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경영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빚을 안고 폐업한 사업장도 적지 않았다.
KCD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은 360만 개. 이 중 13.7%(약 49만2000 개)가 이미 폐업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6304만 원, 평균 연체액은 673만 원이었다.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723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 원 늘었다. 연체 규모는 13조4000억 원으로 1년 새 3조3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6.1%)과 상호금융(3.2%) 업권의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다만 3분기에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일부 업종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CD 분석 결과, 7월 21~27일 소비쿠폰 배포가 시작된 한 주 동안 전국 소상공인 카드 매출은 전주 대비 2.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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