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를 맞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바가지 요금’, ‘불친절’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지역을 배경으로 한 문화 콘텐츠의 인기와 관광 정책 호재가 맞물리면서 관광 수요가 회복세로 전환된 모습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한 총 여객 수는 261만76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6월 소폭 상승(0.54%)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광 회복의 불씨를 당긴 것은 지난 3월 첫 방송된 제주 배경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 속 명소와 골목, 카페 등이 시청자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SNS상에는 “실제 촬영지를 다녀왔다”는 방문 인증 게시물이 잇따랐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한 해외 방영은 외국인 관광 수요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단체 관광보다 FIT 급증…국제선 이용객 27.5% 증가
지난달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32만646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선 증가율(2.1%)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중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정책 재개로 중국 노선이 확대된 영향과 더불어 단체 관광보다는 음식, 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한 개별 자유여행객(FIT)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제주도 내외의 자정 노력도 여객 수 회복에 힘을 보탰다. 주요 호텔과 리조트, 인기 식당 및 카페들이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서비스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안정화와 지역 문화 콘텐츠 마케팅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감성 연결 요소 강화가 지속가능 관광의 핵심”
관광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 여객 증가를 “문화 콘텐츠와 지역 관광이 시너지를 낸 대표적 성공 사례”로 분석한다.

한 관광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지역의 매력을 이야기로 풀어낸 콘텐츠는 여행 동기를 자극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한 노출은 해외 수요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 역시 “제주 관광은 과거 휴양 중심에서 ‘경험의 목적지’로 변모하고 있다”며 “단순 소비형 관광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감성 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감성적 연결 요소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지역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상반기 제주 여객 수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여객 수는 613만69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여객 수도 3000만명 돌파에 실패했다.
하반기 들어 드라마 흥행과 정책 변화, 민간의 자발적 노력 등이 맞물리면서 제주 관광이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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