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5일 광복80주년을 맞아 각각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와 ‘전쟁의 반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일본에서 전쟁을 반성한다는 지도자 메시지는 13년 만에 나온 것이다. 한일 간 훈풍이 지속되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 제80주년 경축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밝히며 “일본 정부가 과거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로써 양국이 서로 더 큰 공동 이익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한 한·일 관계 정립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였고,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하며 입장차로 인한 갈등이 있다고 한 이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사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가 일본이라고 꼽으며 한·일이 정치외교적 관계를 넘어 경제적 동반자로 안정된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역설했다.
이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직후 이시바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전 80년을 맞아 진행된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식에서 반성을 표명한 건 13년 만이다.
이시바 총리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대다수가 됐다"며 "다시는 길을 잘못 가지 않겠다.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소통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 대통령이 일본에 과거사 직시를 요구하자마자 이시바 총리가 전쟁 반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메시지에 일본이 호응한 모습이 됐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 속 일주일여 앞둔 한·일 정상회담(23∼24일) 내용에도 기대가 모인다. 이시바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침략과 강제동원 등 과거사 관련 사과 또는 그에 준하는 행동 조치를 언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초 이 대통령의 집권에 대해 일본 일각에서는 전임 정부 때 최고치를 찍은 한·일 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재명정부 출범 후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이 대통령 모두 첫 방미길에 일본을 먼저 들르기로 정하는 등 고위급 교류에서 적극적인 의지가 표명되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기치 아래 미래지향적 경제 협력 등이 의제로 떠오르며 우호적 소통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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