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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투트랙’·대북 ‘신뢰회복’ 방점 찍은 李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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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5 18:00:00 수정 : 2025-08-15 18:53:44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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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재명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와 대북·통일 기조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되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투트랙’ 외교 방침을 부각했고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며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발표한 경축사는 약 5800자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정치 갈등 극복, 대북·통일 정책 방향성, 대일 외교 기조, 국가 발전 의지 등을 두루 드러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 등에 대한  ‘국가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고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신뢰 회복 조치를 이어가며 과거 합의들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되 협력 강화를 통해 국익을 증진하는 ‘투 트랙’ 기조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北 체제 존중… 신뢰 회복해 평화 구현”

 

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대북·통일 기조의 핵심은 인내에 기반한 신뢰 회복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분단으로 인해 지속돼온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며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적대 상태의 지속은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 평화가 흔들릴 때 어떤 불행이 생기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역사를 통해 가혹할 정도로 체험했다”며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경제발전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면서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중단한 것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남북 간 합의서들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곧바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9·19 군사합의 복원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공리공영·유무상통 원칙에 따라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류 협력 기반 회복과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다”며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나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일 관계 ‘투트랙’으로… 실용외교 부각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익 중심 실용외교’ 원칙으로 상생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외교 방침을 밝혔다. 역사 문제와 상호협력을 ‘투 트랙’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한·일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왔기 때문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였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라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한다. 가혹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선열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통화 등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서는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23일 일본을 먼저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취임 후 한·미 정상회담보다 한·일 정상회담을 먼저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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