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을 마치고 15일 오전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출장 소감을 묻는 말에 구체적인 답변 대신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17일간 미국에 머무른 이 회장은 현지 글로벌 경영인들과 만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신사업 발굴에 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에 쏠린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으로 6분 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해서다. 전사 실적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 꼽히는 만큼 이 회장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기론’에 시달렸던 DS부문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잇따라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역대 최대인 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수탁 반도체 제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애플의 차세대 칩(이미지센서 추정) 생산도 맡기로 했다.
DS부문은 하반기에 이같은 기세를 이어나간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관세 불확실성,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메모리 △시스템LSI(비메모리) △파운드리 모두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장 비중이 큰 메모리 사업의 경우 견조한 인공지능(AI) 서버향 수요에 맞춰 D램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순연됐던 글로벌 빅테크들의 프로젝트들이 빠르게 재개됨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저전력 D램인 LPDDR5x 등으로 시장의 고용량화, 제품 다변화 추세에 발맞춘다. 낸드는 상반기 동안 재고 수준이 대폭 감소했으니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고용량·고성능활 서버·스토리지향 판매에 집중하고 8세대 V낸드(V8) 전환을 가속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수년간 적자가 이어졌던 시스템LSI는 △고부가 수주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 △응용처 다변화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최근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을 갤럭시 Z 플립7에 탑재시켰고 애플향 이미지센서 공급이 확정되는 등 수율과 성능 안정화 모두 궤도에 오른 만큼, 영업 전선을 넓히고 모바일 외에도 차량용 등 분야를 넓히는 등 사업 기회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다.

파운드리는 공정별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급변하는 시장에 맞춰나갈 계획이다. 선단 노드는 공정 완성도 향상에 집중해 하반기부터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출하하고 고성능컴퓨팅(HPC)·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숙 노드는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오토모티브 및 무선주파수(RF) 기술을 확대하고 17나노 이미지센서·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시장 수요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해 수익성 개선과 노드 장기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다.
이 회장은 24∼26일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9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는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대미 투자 확대가 발표된 만큼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추가 투자를 단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에 44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속도 조절 차원에서 370억달러로 낮췄는데, 다시금 투자를 늘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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