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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북한 대비’서 ‘다영역 전력’으로…한반도 전략 바뀐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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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5 09:33:35 수정 : 2025-08-15 09:33:33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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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변화하는 위협 대응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새로운 능력을 고민하고 있다. 다영역 작전부대(MDTF)나 특히 그 예하의 다영역 효과대대(MDEB), 5세대 전투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생각한다.”

 

미 육군 장병들이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로 가상 공중표적을 요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8일 국방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남긴 말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다영역 작전부대·효과대대는 미 육군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신개념 전투방식인 다영역작전(MDO)의 핵심이다.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기계화부대 위주의 주한미군이 다영역 작전부대·효과대대로 전환한다면,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더불어 한반도 이외 지역을 공격할 전략적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말대로 ‘숫자보다 능력이 더 중시되는’ 주한미군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미 동맹의 성격이 뿌리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수백㎞ 표적 정밀타격…첨단 포병 갖춰

 

서태평양에서 미·중 대결 승패의 핵심은 중국의 ‘방패’인 A2/AD(반접근/지역거부)를 미국이 뚫을 수 있느냐다.

 

중국은 대함탄도미사일과 폭격기, 항모, 무인기, 스텔스기 등을 본토에 집중배치하고 남중국해 암초들을 군사기지화하면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하이마스(HIMARS·고속포병로켓시스템)에서 프리즘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미·중 대결에서 미군의 최선두에 설 미 해군·해병대는 분산 해양 작전(DMO)을 앞세우고 있다.

 

분산 해양 작전은 중국 A2/AD를 회피하고자 넓은 해양 작전 구역에 전력을 분산 배치하되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 전투 효과를 발휘하는 개념이다.

 

반면 미 육군은 장거리 타격력이 매우 부족했다. 9·11 이후 대테러전에 집중하면서 특수전 전력이 비대해졌고, 대국 간 전쟁 대비 체제는 미흡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2019년부터 본격 등장한 것이 다영역 작전부대·효과대대다. 육군과 합동군 역량을 연계해 육지·해상·공중·우주·사이버 등 모든 작전 영역을 포괄한다.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와 비(非)물리적 수단(전자전·사이버·정보)을 단일 지휘 체계로 운용한다.

 

미 워싱턴주에 제1 다영역 작전부대, 독일에 제2 다영역 작전부대, 하와이에 제3 다영역 작전부대가 창설된 상태다. 미 육군은 2028년까지 총 5개 부대를 만들 예정이며, 그 중 3개를 인도태평양에 배치한다.

 

여단급인 다영역 작전부대는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대대, 포병대대, 방공대대 등이 예하에 있으며,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편제가 이뤄진다.

 

핵심은 다영역 효과대대다. 대대 예하 6개 중대는 지휘통제와 더불어 사이버·전자전 공격 및 방호, 무인기, 우주·신호·군사정보 등을 융합한다.

 

이는 다영역 작전부대 소속 전략 타격대대와 연동된다. 하이마스(HIMARS·고속포병로켓시스템)와 더불어 전략 중거리 화력시스템(SMRF)과 장거리 극초음속 무장(LRHW)을 운용할 예정이다.

 

타이폰 체계 발사대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중거리 화력체계는 타이폰(Typhon)이 쓰인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미사일(최대 사거리 460㎞)을 사용해 대공 및 미사일 방어와 장거리 타격이 가능하다.

 

장거리 극초음속 무장은 다크 이글(Dark Eagle)이 대표적이다. 다크 이글은 사거리 2800㎞, 최대 속도는 마하 17로 변칙 비행이 가능해 탐지·요격이 어려운 무기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최근 다크 이글의 호주 배치 소식을 알리며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훈련에서 다크 이글 실사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사거리 500㎞ 미만으로 하이마스와 M270 MLRS에서 쏠 수 있는 프리즘(PrSM)도 있다.

 

다영역 작전부대가 사용하는 모든 장비는 C-17·130 수송기를 통해 신속한 전개가 가능하다. 따라서 사전에 전진 배치를 꼭 할 필요가 없다. 특히 다영역 효과대대 전자전·사이버·정보·지휘통제 장비는 C-130만으로도 빠르게 옮길 수 있다.

 

유사시 다영역 효과대대 예하 중대들을 적군과 인접한 곳에 소규모로 분산·전진 배치해서 정보를 수집·융합하고, 사이버와 전자전 등을 통해 적군의 지휘통신 및 감시정찰 능력을 무력화한다.

 

수백∼수천㎞ 떨어진 후방에 C-17·C-130으로 전개한 프리즘·타이폰·다크이글 미사일 포대들이 고성능 네트워크를 통해 다영역 효과대대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공격을 한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육군의 기동과 배치를 가로막는 바다와 섬 지형을 극복하고, 육군 전력을 해상·공중·우주와 연결해 해·공군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공격과 방어를 가능하게 한다.

 

미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이 시험발사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주한미군이 다영역 부대로 바뀐다면

 

주한미군은 합동군 성격을 띄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육군이 주력이다.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춘 기계화부대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등에 대규모로 집결해있다.

 

브런슨 사령관이 밝힌 대로 주한미군에 다영역 작전부대 또는 효과대대가 배치된다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우선 주한미군은 육군 중심 합동군에서 첨단·다영역 부대로 성격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미 육군 제1 다영역 작전부대 소속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대가 기립해 있다. 미 육군 제공

소수의 전진 배치 전력과 다수의 기동 전력을 결합, 유연성과 파괴력을 높이게 된다. 기존처럼 한국에 대규모 부대를 상시 주둔시킬 필요성도 낮아진다.

 

다영역 효과대대가 한반도에 소규모로 분산 배치되면, 북한·중국을 겨냥한 감시정찰·정보수집·사이버·전자전 등을 진행한다.

 

주한미군 포병여단 M270에선 프리즘 미사일을 운용할 가능성도 크다. 기동성 강화를 위해 M270을 하이마스로 대체할 수도 있다.

 

유사시 오산·군산 공군기지를 통해 타이폰과 다크 이글 등의 타격자산과 무인 장비들이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고, 위협 유형에 따라 필요한 전력을 조합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은 물론 중국 북부·동부 해안과 러시아 극동지역까지 사정권에 넣게 된다.

 

주한미군 팔라딘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에 배치된 다영역 효과대대 통제를 받는 타이폰과 다크 이글이 일본 본토나 오키나와, 괌에 전개해 북한을 겨냥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전구에 속해 있던 한반도, 일본, 괌이 미군 구상대로 단일 전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수송기만으로 신속한 전개가 가능한 다영역 작전부대 구조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더욱 쉽게 해준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를 겨냥하는 조치다. 주한미군은 북한 대응 부대에서 중국 견제 부대로의 성격이 강해진다.

 

이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와 오산 주한 미공군 기지 등이 주한미군 다영역 작전부대가 중국 해안과 대만 해협, 필리핀, 남중국해 등 서태평양 일대로 전력을 투사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군의 하이마스(HIMARS·고속포병로켓시스템) 발사대들이 가상 표적을 향해 선회해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중 대결 구도에서 한국의 정치·군사적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북한을 겨냥한 한·미 연합작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영역 효과부대를 앞세운 주한미군은 정보 수집과 융합, 표적 선정, 교전, 피해 평가 등 전쟁의 모든 단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도 지휘부가 신속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참모부가 이를 정확하게 보좌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군 주요 전력을 다영역 작전부대와 연동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다영역 효과대대 예하 정보중대 기능을 한국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나 E-737 조기경보기와 연동하면 표적을 정밀하게 탐지·추적할 수 있다.

 

다영역 효과대대 소속 표적 담당관이 긴급 표적 목록을 선정하면서 한국 합참과 이를 공유하고, 타격 수단을 함께 정해서 중복 공격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

 

다영역 작전부대 화력과 더불어 한국군 천무 다연장로켓,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현무 탄도미사일 등이 투입될 수 있다.

 

교전 직후 다영역 효과대대가 우주·전자전·사이버·무인기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한국 합참과 피해 평가를 실시, 재공격 여부를 결정한다.

 

미 육군 제1 다영역 작전부대 장병들이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이 탑재된 컨테이너를 옮기는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한국군은 미 육군이 다영역 작전부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 2년 전에 미 육군의 다영역 작전부대 창설 배경과 개념, 운영방안 등을 검토한 바 있다.

 

그만큼 주한미군에 다영역 효과대대가 배치되는 것의 파급력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단순한 주한미군의 변화가 아닌,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과 맞물린 글로벌 차원의 발언이다. 한국의 외교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아는 주한미군의 모습이 어느 순간 낯설게 변해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동맹 현대화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행보를 감안하면, 주한미군의 변화가 몰고 올 후폭풍에 많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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