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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미봉남’ ‘적대적 두 국가’ 노골화… 무색해진 ‘對北 구애’ [李 대북정책 시험대]

입력 : 2025-08-14 18:00:00 수정 : 2025-08-14 21:57:57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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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막말 쏟아낸 배경·대응 분석

“방송중단, 성의 있는 노력” 언급 달리
대북확성기 철거 등엔 “너절한 기만극”

韓 헌법 통일조항·北 비핵화 원칙 거론
“남한, 세상에서 가장 적대적인 국가”
美엔 핵군축 등 조건 맞으면 대화 시사

대통령실 “신뢰 회복 조치 계속해갈 것”
일각 “현실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14일 담화는 이재명정부를 향해 미국과만 상대하겠다는 ‘통미봉남’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거친 언사로 남한과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영구화하고 핵 군축 협상에 한해 미국과 마주 앉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새로운 전략 없이 대북 선제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라 성과 없이 북한에 저자세만 보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왼쪽 사진)이 14일 담화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이재명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를 “기만극”이라고 깎아내렸다. 김 부부장은 또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 동향이 포착됐다는 우리 군 당국 발표에 대해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담화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이 정부의 여러 조치들에 대해 “정세 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세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타산”이라며 “적대적 흉심”이라고 비난했다. 이 정부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들에겐 ‘정치적 기만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언급한 지난달 28일 김 부부장 담화보다 표현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

 

김 부부장은 또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에 못 박는 게 “매우 정당한 조치”라면서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한국 헌법의 통일 조항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연합훈련 △비핵화 원칙을 들었다. “한국은 자국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 통일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해놓고 우리에 대한 핵 선제 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이 이와 같은 사항들을 포기하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레드라인’에 가까운 것들이다. 연이은 대북 선제 조치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이 난관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 부부장은 “세상에서 제일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변화를 기대하거나 점치는 것은 사막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헌법 주적 명기’가 현실화되면, 현재 대북 화해협력 기조 유지 명분이 약화하면서 남남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 정부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과는 핵 군축 등 조건이 맞으면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는데, 통미봉남 전략을 노골화한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2일 진행된 북·러 정상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해 김 부부장이 “그릇된 억측”이라고 반박한 부분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우 전쟁 종전 협상과 북한 문제를 연계하는 것을 경계하며, 북한 문제는 누구의 개입 없이 미국의 입장 변화를 통해 북·미가 협상할 문제로 제한하고 싶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대남 확성기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파주=연합뉴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남북 간에 신뢰 회복을 위해 한 단계씩 나아가는 과정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러시아를 뒷배로 증강된 핵 무력을 손에 쥔 채 남한과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는 ‘새로운 북한’에 대한 변화된 전략 없이 북한의 호응만 기대하며 유화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측의 행동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북한군의 대남 확성기 철거 동향이 포착됐다며 북측이 우리 조치에 호응하고 있다고 시사하는 언론 공지를 냈지만, 실제 철거가 이뤄진 확성기는 40대 중 1대뿐이었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확성기를 철거하려다가 남측 발표를 보고 보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애초에 철거 의사 없이 수리 등을 목적으로 일부 확성기를 떼었다가 붙이는 과정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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