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회담서 美에 끌려가는 식 우려
“협력 분야 있어 일방적 내주기는 아닐 것”
루비오 “동맹 진전 위해 李정부 협력 고대”

조현(사진) 외교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북한과 미국 간 대화에 돌파구가 생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달라질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안보, 경제에 이어 기술협력까지 확장하는 형태에 방점을 찍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발전된 미국과의 동맹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 및 동맹의 현대화, 북·미 대화 등 최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냐는 물음에 조 장관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한다면 핵보유국 자격을 받아들이란 식으로 나올 것”이라며 “현재까지의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사전에 ‘밀당(밀고 당기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번 방미 때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을 만난 조 장관은 당시 이들 관계자에게 “‘지금 상황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며 이에 미측이 상당한 호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북·미 대화가 이뤄질 조건에 대해 “오로지 비핵화만을 전제로 협상할 수 없듯,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 협상만으로 진행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그사이 어디선가 접점을 찾아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일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로,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 입장은 변함없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담길 가능성이 크다.
25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조 장관은 구체적 답변은 아낀 채 “원자력, 조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을 망라하는 기술 동맹 차원으로 한·미 동맹을 확대하자는 방향으로 이번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미측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미국에서 상원 의원 등을 만나보면 숫자 문제는 상징적인 것일 뿐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며 “기술이 발전하고 하면 앞으로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얘기라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 문제 등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요구를 따라가는 협상으로 비칠 우려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하는 것들이 있고, 일방적으로 내주는 것으로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며 러시아와 군사동맹까지 맺었고, 중국도 빠르게 발전해 서해에 거슬리는 일을 하는 이때 미국과 협력해 우리 국방력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국의 조정자 역할과 외교 역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이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고 미국과 동맹을 강화시켜야 하지만 우리가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외교의 잘못된 것이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라 생각한다. 전 세계에 나가서 조정자 역할을 하기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8·15 광복절을 맞아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진전시키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 및 그의 행정부와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루비오 장관은 한국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 국경일(광복절)’이라는 제목의 언론성명을 통해 “우리는 없어서는 안 될 동맹으로서 번영을 확대하고, 가장 시급한 글로벌 안보 도전에 맞서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글로벌 안보 도전’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트럼프 행정부가 경계하는 중국의 인도태평양 역내 질서 현상 변경 시도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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