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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확성기 철거한 적 없다”… 일방적 유화책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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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4 22:18:32 수정 : 2025-08-14 22: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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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초소와 대남확성기 (파주=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단행한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평가 절하하고 적대적 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14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옆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2025.8.14 cityboy@yna.co.kr/2025-08-14 15:08:11/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북한의 확성기 철거를 놓고 남북이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어제 담화에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며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했다. 북한이 철거한 대남 확성기는 40여대 중 단 1대에 불과했다. 2대를 뺐다가 1대는 돌려놨다고 한다. 그런데도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의도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며 철거 입장을 고수한다. 군 당국이 북한 정권의 실상에 눈감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김여정 담화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웃거나 조롱하는 말도 가득하다. 김 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중단, 국가정보원의 대북방송중단 등 유화조치를 언급하며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 “너절한 기만극”이라고 깎아내렸다. 한·미 연합훈련 조정과 관련해서도 “평가받을 일이 못 되며 헛수고일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미대화에 대해서는 “미국이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한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며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이다.

군 당국은 섣부른 발표로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앞서 합참은 지난 4∼5일 최전방 24개소의 고정식 확성기를 모두 뜯어냈는데 북한이 달랑 1대만 뺀 걸 보고 ‘확성기 철거’라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상호 조치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좋은 조짐”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북측의 추가 철거를 예측했다면 오판한 것이고 실상을 알고도 그랬다면 국민을 속인 셈이 된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없이 의욕만 앞세운 대북 접근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적대적 국가’를 선언한 북한이 쉽사리 호응할 리 만무하다. 우리가 매달릴수록 북한의 몸값만 높인 채 남남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 북한의 선의에 기댄 일방적 유화책은 남북관계를 더 왜곡시키거나 북핵 고도화에 시간을 벌어줬던 게 과거 경험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긴장 완화를 모색하더라도 상호주의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멀리 보고 긴 호흡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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