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갈등에 불확실성 여전
DL그룹이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에 15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천NCC는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공동 대주주인 DL과 한화 간 갈등 탓에 경영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L은 자회사 DL케미칼이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의결했다고 14일 공시했다. 해당 자금은 회사 운영 경비로 쓰인다. 지원금 규모는 공동 대주주 한화그룹이 앞서 지원하기로 한 금액과 같다.
DL케미칼이 11일 긴급 이사회에서 승인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자금 중 상당액이 여천NCC에 투입되는 셈이다. DL그룹 지주사 DL도 같은 날 이사회를 개최해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승인한 바 있다. 앞서 DL은 여천NCC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즉각적인 지원을 결정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이날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디폴트 위기에 놓인 여천NCC는 DL과 한화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여천NCC는 원료 대금 결제와 임금 지급,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해 21일까지 운영 자금 360억원, 이달까지 1800억원이 필요하고, 연말까지 31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한화와 DL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이 장기화해 향후 경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동 대주주 간 갈등도 봉합될지 미지수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국내 에틸렌 생산 3위 업체다. 한화는 즉각적인 자금 지원과 단계적 감산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DL은 에틸렌(석유화학 기초소재) 단가 인상 등 장기적인 대안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DL측은 한화가 에틸렌 등 원료를 시장가보다 싸게 공급받아 자사 이익만 극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DL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원료를 거래했다는 게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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