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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된 VIP… ‘좋아요’ 필승 카드 [S스토리-대통령의 반려동물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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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6 11:00:00 수정 : 2025-08-16 21:56:02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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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가족의 귀한 식구
李대통령 ‘바비’ 랜선 소개
‘좋아요’ 13만건 뜨거운 반응
강인한 이미지 MB·박근혜
반려견 통해 대중 호감 사

우호 상징… 논란 희생양도
DJ 남북 회담 때 개 맞교환
文도 北에 풍산개 선물받아
퇴임 후엔 국가 반환 논란
탄핵돼 반려견 내쫓기기도
“국민 여러분께 저희 가족의 일원인 ‘바비’를 소개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이 대통령이 SNS에 바비를 소개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5급 신임 공무원 특강에서 ‘교감’에 대해 설명하다가 자꾸 김혜경 여사에게만 가는 바비를 예시로 든 것이다. 현장에서 호응이 좋았고 이에 이 대통령도 재차 SNS에 바비 관련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좋아요’가 13만건을 넘는 등 뜨거운 반응이 포착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반려견 '바비'를 옆에 두고 웃는 모습.

이 대통령이 교감에 대한 스토리를 설사 얘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반응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반려인은 이미 1500만명을 넘었고,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랜선 집사’까지 포함한다면 대부분이 반려동물에 호감을 갖고 있다. 반려동물은 호감형 게시글을 만드는 ‘필승 카드’다. 광고계에서도 예전부터 3B(Baby·Beauty·Beast)가 주목도를 올리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치인도 이런 필승 전략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 강한 이미지의 이 대통령이 김 여사만 따라가는 바비의 모습에 이른바 ‘삐친’ 일화를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지 말라며 매서운 눈빛을 보이던 아버지의 눈빛이 하트 모양으로 변하는 모습도 온라인상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에게 북한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내 새끼 앞에선 ‘팔불출’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만큼 역대 대통령들의 이미지는 대개 강한 느낌이 많았다.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포용할 수 있고, 국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친근한 이미지도 필요했다. 이 대통령처럼 다른 대통령들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습에서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할 수 있었다. 평사원 출신으로 이사까지 올라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자신을 ‘불도저같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이 전 대통령도 자신의 반려견 ‘청돌이’와 아침 운동을 함께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대중에게 보여준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논현동 사저에도 반려견들을 데려가 그 애정이 남달랐음을 입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삼성동 이웃 주민들로부터 받은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 앞에서는 반려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SNS를 통한 홍보는 이미지 쇄신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로 비선 실세 논란이 제기됐을 때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강골 검사’로 불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도 반려동물 애호가 이미지를 많이 내세웠다.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반려동물과 자주 노출되는 등 부부가 반려인임을 자주 인식시켰다. 실제로 다수의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살기도 했다. 특히 김 여사는 ‘개 식용 종식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당시 여당에서는 해당 법안을 ‘김건희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반려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메신저

 

반려동물은 남북을 잇는 가교 구실도 했다. 2000년 6월 최초의 남북 두 정상 간 회담에는 남한의 진돗개와 북한의 풍산개도 함께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등 성과를 냈던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외교 관례에 따라 남북 간 선물을 교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와 ‘통일’이라는 이름의 진돗개 한 쌍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주’와 ‘단결’이라는 풍산개 한 쌍을 각각 남과 북에 보냈다. 이후 자주와 단결은 ‘우리’와 ‘두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수컷 ‘송강’과 암컷 ‘곰이’.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3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더불어 휴전 이후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낸 회담 이후에도 북한에서는 ‘송강’과 ‘곰이’라는 풍산개를 보냈다. 둘은 새끼를 6마리나 낳으며 눈길을 끌었다. 풍산개는 북한의, 진돗개는 남한의 대표적인 사냥개다. 당시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선물로 보낸 풍산개들을 가리켜 “이 개들은 혈통증명서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북한 지도자가 보낸 반려동물과 지내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모습은 한반도에 훈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되기도 한다.

 

◆파양, 조롱 등 각종 논란의 희생양

 

대통령과 함께한 반려동물이 늘 행복해 보인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이나 퇴임 후 있었던 ‘파양’ 논란은 반려동물을 이미지에만 활용한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후 청와대를 떠나면서 선물 받은 반려견과 그들이 낳은 새끼 모두를 두고 왔다. 우여곡절 끝에 혈통보존단체 등을 통해 5마리는 입양되고 나머지 2마리도 청와대 밖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끼 풍산개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풍산개 반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위원장에게 받은 풍산개는 국가 기록물로 분류돼 대통령기록관과 ‘위탁협약서’를 작성한 끝에 문 전 대통령이 데려갔다. 이후 대통령기록물을 전임 대통령에게 수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을 두고 당시 대통령실과 문 전 대통령 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결국 광주 우치동물원이 맡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개 사과’로 구설에 올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으로 질타를 받은 후 사과를 한 다음날 공식 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이 가해졌다. 반려견 ‘토리’의 사진을 모아둔 ‘토리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사진이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게시돼, 지역감정에 기댄 조롱까지 한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선물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해피’와 ‘조이’를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보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아무리 정상 간 선물이라고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고 했던 말이 ‘내로남불’로 돌아오기도 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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