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2025 KBO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KIA, 투타 안정된 전력의 LG와 함께 3강 및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캡틴’ 구자욱을 중심으로 베테랑 강민호, 박병호에 김지찬, 이재현, 김영웅 등 신예까지 신구조화가 이뤄진 타선과 더불어 키움에서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외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원태까지 보강한 선발진도 강력하다는 평가였다.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던 불펜이 다소 약점으로 꼽혔지만, 강력한 타선과 선발진을 앞세워 가을야구는 물론 더 높은 곳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2025 KBO리그가 후반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삼성은 약점인 불펜이 타선과 선발의 강점까지 잡아먹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대구 KIA전은 올 시즌 삼성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이날 삼성은 선발 후라도가 7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2자책 이하) 호투를 펼쳤지만, 불펜이 8,9회 단 2이닝 동안 무려 8점을 내주며 자멸한 끝에 1-9로 대패했다.
4연패에 빠진 삼성은 51승1무57패가 되며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KIA(52승4무50패)와의 승차가 4경기로 벌어졌다. 7위 NC(49승6무49패)와의 승차도 3경기다. 이제는 5위까지 치고올라가는 것보다 9위 두산(45승5무59패)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삼성은 13일 기준 팀 타율 0.266으로 3위, 타자 친화적인 홈 구장을 앞세워 팀 홈런에서는 117개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한 2년차 르윈 디아즈는 37홈런 109타점으로 두 부문 선두에 올라있고, 외야수 김성윤은 0.330의 타율로 타격 부문 2위에 랭크되며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구자욱도 지난 시즌보단 다소 부진하지만, 타율 0.297 13홈런 63타점 74득점으로 팀 공격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84로 전체 5위지만, 7이닝 2자책 이하의 ‘퀄리티스타트+’는 22회로 리그 전체 1위다. 후라도(10승8패 평균자책점 2.57), 원태인(7승3패 3.12)의 원투펀치는 여느 구단에 뒤지지 않는다. 대체 외인 가라비토도 7경기에서 2승3패 2.13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13일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불펜 평균자책점은 4.81로 리그 8위에 불과하다. 팀 세이브는 15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5위권을 수성하다 내리막길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를 기준으로 잡으면 불펜 평균자책점은 5.4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은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6경기에서 단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5회까지 앞선 6경기 중 2경기에서 역전패를 허용하기도 했다. 선발투수가 이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줘도 뒷문 부실로 역전을 허용하니 좀처럼 치고 올라갈 힘이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반등 요소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베테랑 불펜요원들인 김재윤, 임창민의 부진 속에 3년차 이호성이 마무리, 신인 배찬승이 필승 계투조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들 역시 경험 부족과 체력난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13일 경기에서도 8회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호성은 안타와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린 뒤 한준수에게 만루 홈런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대구 삼성 팬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은 13일까지 올 시즌 홈 경기 총관중 1위(125만8816명), 홈 경기 평균 관중 1위(2만2888명)를 달리고 있다. 과연 삼성이 홈팬들의 열광에 보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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