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149㎜… 태풍 상륙급 수준
서울 도봉구, 경기 김포·고양 등
하루 누적 200㎜ 넘는 곳도 속출
중랑천 등 29개 하천 출입 통제
14일까지 시간당 최대 70㎜ 예보
북한산국립공원 내 대형싱크홀
하천 실종 80대 등 2명 사망도
13일 수도권에 시간당 강우량이 100㎜를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곳곳에 홍수특보도 발령됐다. 14일 오전까지 수도권 중심으로 극한호우가 이어질 예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인천 옹진군 덕적도(덕적면 북리)에 이날 오전 8시14분부터 오전 9시14분까지 1시간 동안 149.2㎜의 ‘물벼락’이 떨어졌다. 이달 3일 전남 함평(최대 1시간 강우량 147.5㎜)과 무안(142.1㎜)에 내린 호우를 뛰어넘는 올여름 가장 거센 호우가 쏟아진 것이다. 태풍 상륙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급 호우’ 수준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엔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105.0㎜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비슷한 시각 서울 은평구와 경기 김포시에서도 시간당 강우량 103.5㎜와 101.5㎜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시간당 강우량이 100㎜를 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집중호우를 훌쩍 뛰어넘는 호우가 수도권 곳곳에서 내렸다. 통상 1시간 강우량이 30㎜ 이상이거나 일강수량이 80㎜ 이상이면 집중호우라고 한다.
이날 하루 누적 강수량이 200㎜를 넘은 곳이 수도권 곳곳에서 속출했다. 서울에선 도봉구 방학동 등이, 경기에선 김포시 고촌읍 풍곡리·고양시 덕양구 현천동·양주시 장흥면 일명리 등, 인천은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덕적면 북리·중구 운남동·서구 경서동 등이 200㎜ 이상 강수량을 기록했다. 오후엔 서울 전역으로 호우특보가 확대됐다.
단시간에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 수위가 올라가 홍수특보 발령도 잇따랐다.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서울 중랑천 중랑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중랑천을 비롯해 청계천, 안양천 등 서울 시내 전체 29개 하천의 출입이 통제됐다. 서울 외 경기 고양시 공릉천 원당교·동두천시 송천교에 홍수경보, 연천 신천 신천교·의정부 중랑천 신곡교·파주 문산천 만장교 등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도로와 주택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비닐하우스 침수로 시민 6명이 고립됐다가 소방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인천에선 이날 오전 기준 중구 운남동, 미추홀구 주안동 등지에서 호우 피해 10여건이 집계됐다.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 역사는 폭우로 침수됐다.

이날 오후 경기 김포시 고촌읍 대보천에서 차량이 떠내려가 실종된 운전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 중구 운서동에선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며 도로 옆 호수로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도로 침수 등 공공 시설 68건, 주택 침수 등 사유 시설 5건의 피해가 잠정 집계됐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국립공원 내 선운각 앞 도로엔 폭우로 하천 제방이 유실되며 길이 6m, 폭 3m, 깊이 2∼3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신영동 삼거리 인근 도로에서는 폭우로 하수관이 역류하며 다수의 도로파임(포트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경기 북부 8개 시·군에 산사태 특보를 발령했다. 행정안전부는 풍수해 위기 경보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대본 비상 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기상청은 14일 오전까지 수도권에 많게는 시간당 70㎜에 이르는 극한호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 지역에도 곳에 따라 시간당 50㎜ 수준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