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회의 이후 두 번째 양자회담
北문제 대응 한·미·일 공조 방점
한·일 셔틀외교 재개도 속도 낼 듯
대통령 ‘美보다 日 먼저 방문’ 눈길
李, 회담 이튿날 日서 바로 방미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에 앞서 일본을 찾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 정상에 이어 중국이 아닌 일본 정상과 통화하고,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14일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한·일관계 강화와 한·미·일 공조에 방점을 찍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23∼24일 실무 방문 형식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한·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하고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며 “현재 전략환경에서는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 6월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성사된 것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한·일 정상회담까지 각각 약 4개월, 2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른 시점에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일본을 “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정의하고 “작은 차이들이, 또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이 당시 회담에서 양국 간 ‘셔틀외교’ 재개를 위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한 뒤 약 두 달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면서 셔틀외교 재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일 협력 강화와 관계 개선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정학적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비롯한 통상 압박, 주한미군·주일미군 역할 확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외교·안보 현안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이 한·일관계 개선 및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에 관한 논의가 나왔지만 쟁점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문제는 과거 문제대로 논의하되, 그 과거 문제가 현재나 미래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일본 방문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대통령으로도 기록되게 됐다. 대통령기록관 등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 후 해외순방에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대통령은 1953년 1월 이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일본은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고, 역대 대통령 모두 시차는 있지만 미국을 방문한 뒤 일본에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튿날 일본에서 곧장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이 대통령이 24일에서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 미국에 도착해 이튿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업무오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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