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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매달 200만원 버리는 셈”…서울 외곽 사는 직장인들 ‘한숨’

입력 : 2025-08-13 10:11:16 수정 : 2025-08-13 10:18:56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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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 2시간 넘는 서울시민 100명 14명
서울 주거비 부담에…장거리 출퇴근 건강에 악영향

서울시민 100명 중 약 14명은 하루 통근·통학에 쓰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통근이 신체 활동·여가·사회생활을 줄이고, 경제적으로도 월 200만원에 달하는 가치 손실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서울 충무로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서울시 평균 통근·통학 시간은 편도 기준 약 34.5분, 왕복으로는 1시간이 넘는다. 2024년 수도권 생활 이동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서울시 내부 평균 출근 시간은 약 35.3분으로 집계됐다. 

 

2023년 서울시 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도 통근·통학 10분 미만은 0.6%, 10~20분 미만은 13.3%, 20~30분 미만은 21.3%, 30~40분 미만은 25.6%, 40~50분 미만은 18.0%, 50~60분 미만은 7.6%, 60~70분 미만은 9.0%, 70~80분 미만은 2.1%, 80분 이상은 2.4%다.

 

전체 시민 중 13.5%가 편도 통근·통학에 1시간 이상 투자하고 있다. 서울시민 100명 중 약 14명이 하루 2시간 이상을 왕복 통근·통학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통행 시간이 1시간 이상인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양천구, 강동구, 강북구, 도봉구 등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이나 극심한 교통혼잡은 정신·육체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0대를 제외한 30대부터는 통근 시간이 증가할수록 가정생활, 사회생활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통근 시간 1시간의 경제적 가치는 월 94만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하루 2시간 이상을 통근에 쓰면 한 달에 약 200만원의 가치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시민들은 긴 통학·통근시간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0년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도시 성장과 복잡화, 주택 가격 급격한 상승으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 위치와 상관없이 서울 외곽과 경기도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장거리(장시간) 통근을 유발하고 있다는 게 서울연구원의 설명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3년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교통과 건강’에 ‘통근 시간과 우울 증상 사이 연관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하루 퇴근 시간이 60분 이상 소요되는 사람은 30분 미만인 사람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일 위험이 1.16배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출퇴근이라는 행위가 그 자체로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앗아감으로써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울증 증상 발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성은 △미혼인 경우 △자녀가 없는 경우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경우에 우울증 증상 발생 위험이 두드러졌지만, 여성은 △다자녀(2명 이상)인 경우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에 증상이 더 잘 관찰됐다.

 

특히, 시간적 여유가 줄면 수면,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에서 회복할 여유가 부족해진다. 나아가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에 투자할 시간도 줄어들며 ‘시간 빈곤’ 현상이 발생한다.

 

2019년 게재된 ‘출퇴근 시간과 행동 관련 건강: 고정 효과 분석’ 논문에서도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들은 주 5시간 이상 통근할 때 신체 활동 부족과 수면 문제를 경험할 확률이 주 1~5시간 통근할 때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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