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또는 증여세의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납세자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연부연납은 세액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 기간은 통상 5년(최대 15년)입니다. 보통 납세담보도 제공하고, 이자(연부연납가산금)도 부담해야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이와 같이 연부연납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그 세액이 거액이거나 자주 환가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부동산 등의 재산을 취득함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징수의 편의만 내세워 일시납부의 원칙을 고수하게 되면 납세 의무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짧은 납부기한 내 상속 또는 수증받은 재산 자체의 처분을 강요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납세자의 생활기초마저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세수입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분할 납부 및 기한 유예의 편익을 제공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습니다.
연부연납 허가 요건은 △상속세 또는 증여세의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상속세 또는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수정 신고 및 기한후 신고 포함)이나 결정통지에 의한 납세고지서상의 납부기한까지 연부연납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납세담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연부연납 신청기한은 말씀드렸다시피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통지를 받았다면 해당 납세고지서의 납부기한까지입니다.
한편 납세자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납부기한 연장 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국세징수법 제13조 참조). △납세자가 재난 또는 도난으로 재산에 심한 손실을 본 경우 △납세자가 경영하는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 또는 도산의 우려가 있는 경우 △납세자 또는 그 동거가족이 질병이나 중상해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또는 사망하여 상중인 경우 등 국세를 기한까지 납부할 수 없어야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유로 납부기한이 연장됐다면 연부연납 신청기한도 함께 연장되는 것일까요. 다시 말하면 연부연납 신청기한은 당초 납세고지서상의 납부기한까지일까요, 아니면 연장된 납부기한까지일까요.
연장된 납부기한까지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조세심판원의 결정(5월14일)입니다(조심2024서5754 참조)
납세자 A는 납부기한이 2023년 9월30일까지인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았으나,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B주식회사의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사유로 납부기한 등 연장 신청을 해 납부기한이 2024년 4월1일로 연장되었고, 추가로 납부기한 등 연장 신청을 해 2024년 7월1일로 연장되었습니다. A는 연장된 납부기한 내인 2024년 6월21일 증여세 연부연납 신청을 했으나, 처분청은 신청기한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불허했습니다. 이에 A가 연부연납 불허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한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A에 대하여 “연부연납을 허가한다고 하더라도 세수 확보에 영향이 없고, 오히려 체납자 양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요인이 있다”며 “A가 증여세 납부방법에 대해 처분청 담당자와 사전 협의를 계속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적어도 증여세 납부를 위해 처분청 담당자와 계속하여 협의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 온 이 건에 있어서는 연부연납 신청기한이 경과하였음만을 이유로 연부연납 불허가 결정을 한 처분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A의 심판청구를 인정했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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