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어제 8·22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전한길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전씨는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탄핵찬성) 후보들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난동을 일으켰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전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며 조속한 결론을 윤리위에 주문했다. 윤리위는 14일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고 한다. 정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당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전씨에게 어떤 제재가 있을지 국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전한길 파동’은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다. 당은 극우·반탄(탄핵반대)·친윤(친윤석열) 인사인 전씨가 지난달 14일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윤 어게인’ 행사에서 본인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 입당 사실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었다. 한동훈 전 대표와 당권 후보로 나선 안철수·조경태 의원 등 극우 정당화를 저지하려는 찬탄파의 비판에도 지도부 방관과 반탄파의 옹호 속에서 전씨는 당을 접수한 양 활개를 치다 결국 합동연설회에서 사달이 났다.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공화당에 뿌리를 둔 전통의 보수 정당이 웅덩이를 흐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에 쩔쩔매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반탄파 당권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의 행보도 가관이다. 전씨가 주도한 유튜브 토론회에 출연해 당 대표 면접에 응했다는 오명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씨 징계론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좌파 선전·선동 수법에 빠져선 안 된다”고, 장 의원은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초록은 동색인가. 이러니 당이 전한길·전성배(건진법사)·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3전씨에게 발목 잡혔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 전대는 비전, 정책 제시는 고사하고 ‘전한길 콘서트’가 돼버렸다. 위헌·불법 계엄 후 대통령 파면, 대선 패배의 대가를 치르면서도 계엄옹호·반탄·윤 어게인만 부각된다. 혁신은 좌초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대표 경선 선두주자인 김 전 장관은 그제 첫 TV 방송토론회에서 계엄에 대해 “누가 다친 사람 있느냐”고까지 했으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쇄신과 비전제시를 통한 보수 정당 재건은 안중에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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