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성을 지닌 코스닥(KOSDAQ) 상장기업 22곳 ‘2025 코스닥 라이징스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정 사업은 유망한 중소·중견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지원하고, 코스닥 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기존 라이징스타 기업 중 15곳이 재선정되었고, 에스티팜·쏠리드·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 7곳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에스티팜은 올리고 핵산 치료제의 원료 의약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선을 끌었다. 선정된 기업에는 상장 수수료 면제, 기업설명(IR) 개최 지원, 분석 보고서 발간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한편 동일 기업의 선정 횟수를 최대 5회로 제한함에 따라 지난해까지 5회 이상 선정된 35곳은 ‘라이징스타 명예의 전당’에 등재돼 별도의 관리를 받게 됐다.
코스닥은 ‘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의 약자로, 미국의 기술주 중심 주식시장인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해 1996년 7월 1일 설립되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은 자금 조달창구의 부족에 직면해 있었으며, 정부는 기술력은 에도 자금이 부족한 이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시장을 신설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스닥에서 따온 KOSDAQ 명칭 자체에 ‘딜러(중개인) 기반 자동 호가 시스템’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초기에는 장외시장 성격이 강했으나, 이후 제도 정비와 투자 인프라 확충을 통해 현재는 혁신기술기업의 주요 상장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바이오, 2차전지 등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코스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2000년 초 IT 버블(거품)이 한창일 때 코스닥 시장은 광풍의 시대를 맞기도 했다. 당시 벤처 열풍에 힘입어 코스피보다 거래대금이 커지는 등 초유의 현상을 겪었는데, 1999년~2000년 벤처·IT 중심의 폭발적인 상승세 덕에 코스닥 지수가 단기간에 1000포인트에서 2800포인트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 성장세를 타고 2000년 3월10일에는 코스닥 역사상 최고 포인트인 2925.50을 달성했다.
당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앞지르며 국내 자본시장의 중심축이 일시적으로 코스닥으로 옮겨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IT 버블 붕괴 후인 2000년 3월부터 지수는 급락했고, 1년 사이에 2900포인트에서 500포인트대로 붕괴되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이때의 폭락을 두고 해외 언론에서는 제도 미비와 과열 투자의 위험성이 함께 드러난 사례로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수는 전년 대비 21.7% 하락한 678.19로 마감됐고, 시가총액은 340조1000억원으로 21.2%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16.3% 줄어든 8조4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대표 우량기업 중심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기반으로 기업 육성 및 투자 유치 활동을 강화해왔다. 특히 작년 5월 개최된 ‘코스닥 글로벌 엑스포’와 8월 싱가포르, 11월 홍콩에서 열린 IR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2005년 거래소 통합 후 코스닥위원회 설치,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 등 꾸준한 제도 개선을 통해 ‘기술 중심의 성장시장’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해왔고,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 지배구조 개선), 신성장 산업, 글로벌 투자 유치 등 다각적 전략을 통해 혁신기업 전용 시장으로 재정비되고 있다. 거래소는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과 연계해 코스닥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한편, ESG 정보 공시 및 경영전략 수립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가 요구하는 비재무적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고 있다.
또한 토큰증권(STO) 등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위한 제도적·기술적 기반도 마련 중이다. 거래소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후 신종증권시장 운영규정의 제정과 IT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법제화도 정부와 협력 중이다.
거래소의 이러한 노력은 단기적 지수 변동성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코스닥의 구조적 체질 개선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코스닥본부는 앞으로도 시장이 고성장 혁신기업의 대표 무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생태계 지원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활성화의 건전성 유지는 거래소 혼자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시장에 참여한 모든 기업, 그리고 상장 준비 중인 예비 입성 기업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건전한 지배구조, 탄탄한 매출 및 성장, 불공정거래 없는 시장환경 조성 모두 동참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초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 종목 1790여개가 거래되고 있는데, 해마다 연간 100개 안팎의 기업이 상장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시장의 주인’이라는 사명감으로 노력해야 한다. 코스닥이 한국의 진정한 나스닥으로 거듭나도록 시장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힘을 모을 때 세계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한국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다.
민보영 UN SDGs 협회 선임연구원 unsdgs@gmail.com
*민 선임 연구원은 현재 인텔(Intel) 대외협력 자문역과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지속가능연계채권 워킹그룹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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