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완전 점령’ 이스라엘에 등 돌려
네타냐후 총리 “대중과 여론 압박에 굴복”
독일이 중동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몰아내고 해당 지역을 점령키로 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의 부분 중단이라는 일종의 제재 조치를 가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무기 공급국인 만큼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대중과 여론의 압박 속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오직 군사적 수단으로만 진행되는 분쟁에 무기를 보낼 수는 없다”며 “우리에겐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츠는 이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확전으로 민간인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가자 지구 주민 전체를 대피시켜야 하는데,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내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원죄 때문에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강력히 지지해왔다. 홀로코스트란 2차대전 기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유럽 전역에서 살고 있던 유대인 약 600만명을 살해한 범죄로, 독일 입장에서는 최악의 ‘흑역사’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독일이 이스라엘을 위한 무기 공급 일부를 끊고 나선 것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가자 지구 완전 점령 계획에 몹시 분노한 결과로 풀이된다. ‘독일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독일이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적 죄책감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 하는 관측도 제기한다.
물론 메르츠는 독일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의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지난 80년 동안 이스라엘의 편을 굳건히 지켜왔다”며 “그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독일의 무기 공급 중단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메르츠 등 독일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비난은 자제했다. 그러면서 최근 독일 대중과 언론 사이에 반(反)유대주의가 확산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dpa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메르츠를 “이스라엘의 좋은 친구”라고 불렀다. 메르츠에겐 잘못을 따져 묻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신 네타냐후는 “(메르츠 정부는) 수많은 허위 TV 보도와 각종 압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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