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품을 구매하기 전 영양성분을 꼼꼼히 확인하는 ‘뉴트리체커(Nutrition+Checker)’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저속노화(Slow Aging)’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된 결과다.
업계도 ‘성분 중심 소비’에 발맞춰 저당·고단백·무첨가 등 건강한 성분을 앞세운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지난해 전국 19~65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2%가 ‘저속노화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40대 젊은층 사이에서 식단 관리와 운동을 통한 웰니스 실천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5 외식업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저속노화’를 선정했으며, 해당 키워드를 메뉴명에 활용한 매장 수는 최근 4년간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을 고려한 식품 수요가 늘자 업계는 제품 성분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뉴트리체커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발효유 전문기업 풀무원다논은 ‘풀무원요거트 그릭’의 주요 제품을 저당 리뉴얼하며,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 그릭 요거트 판매 1위(닐슨 RI 기준, 2015~2025년 1월)를 유지 중인 이 제품은 우유 대비 최대 2.1배의 단백질 함량과 그리스 정통 유산균을 사용해 깊은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리뉴얼 제품인 ‘설탕무첨가 플레인’은 설탕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우유 유래 당만을 함유했으며, 90g 기준 500억 CFU 이상의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해 맛과 건강을 모두 잡았다. ‘플레인’과 ‘블루베리’ 제품도 기존 대비 각각 29%, 31% 당 함량을 줄였다.
음료 시장에서도 제로 칼로리 바람이 거세다. 코카-콜라는 ‘환타 제로 상큼 피치’를 출시하며 탄산 음료의 상쾌함과 제로 슈거의 가벼움을 결합했다. 복숭아향과 탄산감이 어우러진 제품으로, 달콤함은 살리고 칼로리는 없앤 점이 특징이다.
이디야커피는 무설탕·제로칼로리 티 음료 ‘블렌딩티 제로’ 2종(유자자몽, 망고피치)을 선보였다. 과일 블렌딩티 특유의 상큼함은 유지하면서도 열량 부담은 낮춰 건강 지향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동원F&B의 ‘윤곽 NINE’은 호박, 율무, 검은콩 등 9가지 국내산 차 원료를 담아 무칼로리·무카페인으로 구성됐다. 칼륨이 풍부한 원료를 최적의 비율로 우려내 고소한 풍미와 깔끔한 맛을 극대화했다.
간편식 시장에서도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 기능성 성분을 강화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브랜드 ‘탱글’을 통해 병아리콩을 첨가한 파스타 3종을 출시했다. 청크토마토, 갈릭오일, 머쉬룸크림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1봉 기준 단백질 15g, 식이섬유 6g을 함유해 바쁜 현대인을 위한 건강한 한 끼로 제격이다.
농심은 저칼로리 용기면 브랜드 ‘누들핏’의 신제품 ‘마라탄탄’을 선보였다. 마라 소스의 매운맛과 땅콩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중화풍 비빔면으로, 135kcal의 저열량과 1500mg 식이섬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기존 대비 4배 넓은 당면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강조했다.
이처럼 건강 성분을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재편되면서 업계는 단순한 ‘맛 경쟁’을 넘어 성분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뉴트리체커 소비자들은 제품의 당류, 단백질, 식이섬유 함량은 물론, 가공 방식과 원료까지도 꼼꼼히 따지며 식품을 선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내 몸에 좋은 성분’을 중심으로 소비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능성과 안전성, 투명한 성분 공개 여부가 식품 브랜드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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