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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철거된 남군 위령비, 2년 만에 ‘원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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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08 09:40:31 수정 : 2025-08-08 09:40:30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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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절 ‘노예제 옹호’ 이유로 제거돼
트럼프 정부 들어 옛 조치들 속속 뒤집혀
美 국방부 “있는 역사를 지울 수는 없다”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州)의 알링턴 국립묘지는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제16구역은 남북전쟁(1861∼1865) 당시 연방정부에 맞서 싸운 미연합국(Confederate States of America), 일명 ‘남부연합’ 군대 전사자 482명이 묻혀 있다. 이들을 기리고자 1914년 세워졌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철거된 남군 전몰 용사 위령비가 결국 2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16구역(남북전쟁 당시 남군 전사자 묘역)에 있었던 남군 위령비, 일명 ‘화해 기념비’의 모습.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던 2023년 12월 ‘흑인 노예제 옹호 조형물’이란 이유로 철거됐으나 최근 제자리로 복원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지난 2023년 12월 알링턴 국립묘지 16구역에서 철거된 ‘남군 위령비’(Confederate Memorial)를 원래대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철거 결정과 이행이 매우 무례하게 이뤄졌다”는 피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공식 명칭이 ‘화해 기념비’(Reconciliation Monument)인 남군 위령비는 미국이 낳은 세계적 조각가 모시스 제이콥 이즈키엘(1844∼1917)의 작품으로 높이가 약 10m에 달한다. 그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리치먼드가 고향이다. 장차 직업 군인이 될 작정으로 버지니아 군사학교에 입학한 직후 남북전쟁이 터졌다. 이즈키엘는 군사학교 다른 동기생들과 함께 남군의 일원으로 싸웠다. 남부의 패배로 전쟁이 끝난 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쳤다. 그리고 전혀 뜻밖에도 조각가가 되어 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떨쳤다.

 

20세기 들어 옛 남군 병사 후손들이 “알링턴 국립묘지 안에 남군 위령비를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비록 ‘반란군’으로 규정되긴 했으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점만은 기억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싸운 미국인들의 화해를 위해서라도 위령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06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후손들은 남북전쟁 참전용사인 이즈키엘에게 위령비 설계를 의뢰했다. 8년 만에 완성된 위령비는 1914년 6월 우드로 윌슨 당시 대통령이 헌정하는 형태로 알링턴 국립묘지 16구역에 세워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흑인 노예제 옹호와 관련된 조형물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남부연합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와 남군 지휘관들의 동상이 가장 먼저 표적이 됐다. 흑인 노예제를 옹호한 남군 장병들을 기리는 추모비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결국 2023년 12월 알링턴 국립묘지 내 남군 위령비도 철거돼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이번 복구 결정과 관련해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 역사는 지울 수 없고 우리는 그것을 기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화해 기념비는 미국의 통합과 국가적 치유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 기념비를 원래 자리에서 다시 전시할 수 있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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