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호소하자 110분 만에 구인 포기
尹 “불법 행위”… 변호인 “책임 묻겠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섰지만 강제인치에 또다시 실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 집행을 지휘하던 특검보와 통화에서 “불법에 응할 수 없다”며 저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3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지, 대면조사를 포기하고 방문조사하거나 곧장 기소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7시53분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2차 집행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 안내에 따라 ‘출정과’ 대기 장소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특검팀 검사 1명, 수사관 2명과 면담에 들어갔다. 속옷 차림이던 1차 집행 때와 달리 이번엔 상하의 모두 하복 수의를 입었다.

구치소는 특검 지휘에 따라 윤 전 대통령에게 특검 출석을 설득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집행 절차를 거부했다. 특검은 당초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독거실과 출정과가 있는 건물 사이에 차량을 대기해놓고 윤 전 대통령을 호송할 예정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러나 “내 몸에 손대지 말라”며 저항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거부가 계속되자 특검은 구치소 측에 ‘물리력을 동반한 강제인치’를 지시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스피커폰 기능을 이용해 현장에 있는 인력을 지휘했는데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도 이뤄졌다. 문 특검보가 “자발적으로 올 생각이 있나”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이거 다 불법이다. 불법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10여명이 달라붙어 앉아 있는 윤 전 대통령을 양쪽에서 팔을 끼고 다리를 붙잡고 그대로 들어서 차량에 탑승시키려 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니까 다시 의자 자체를 들고 의자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을 들어 옮기려 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의자에서 떨어졌고,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호소했다고도 전했다.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대립은 약 1시간50분간 이어졌고, 특검팀은 강제인치를 계속할 경우 부상의 우려가 있어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집행 종료 이후 어깨 통증 등이 있다고 호소했고 구치소 내 의료과에서 진료도 받았다. 구치소 확인 결과 건강상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송 변호사는 영장 집행을 두고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특검팀은 “체포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잇따른 집행 거부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물리력을 동원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 강제인치에 실패하면서 향후 수사 방향을 재정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한은 이날까지였다. 특검팀이 3차 강제인치를 시도하려면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해야 한다. 특검팀이 대면조사를 포기하고 구치소 방문조사로 대체하거나 아예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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