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차량 600대, 하루 열차 200대 통과
이탈리아 정부가 본토와 시칠리아 섬을 잇는 현수교 건설 계획을 구체화했다. 완공되면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대교보다 더 긴 세계 최장의 현수교 기록을 세우게 된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32년까지 135억유로(약 21조8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사이 메시나 해협을 건너는 교량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 프로젝트가 연간 약 1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이탈리아 북부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한 남부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시나 해협을 건너는 다리 건설은 1969년 처음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지진 발생 가능성과 환경에 미칠 악영향 등을 이유로 취소와 재검토를 반복하다가 2023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멜로니 총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세계적 중요성을 지닌 건설 기술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리 전체 길이는 3.7㎞에 이르며 그중 주탑과 주탑 간 3.3㎞ 구간이 현수교다. 이는 주탑 사이 거리가 약 2㎞로 그간 ‘세계 최장 현수교’라는 타이틀을 보유해 온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다리보다 훨씬 더 길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는 차나칼레 다리의 전체 길이는 4.6㎞다.
교량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기차를 위한 철로로 구성된다. 시간당 600대의 차량, 그리고 하루 200대씩의 열차가 다리를 통과할 수 있다. 그동안 배를 이용해 메시나 해협을 건너는 데 100분가량 걸렸는데 다리가 완공되면 그 시간이 10분으로 단축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교량이 ‘국방 관련 시설’로 분류돼 그 건설에 드는 예산도 방위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들여 국방 예산을 저마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그러면서 5% 가운데 3.5%는 병력 증강과 무기 도입 등 순수한 군사 목적에 쓰고 나머지 1.5%는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 건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다리가 완공되면 유사시 나토군과 각종 장비를 지중해 방면에 신속히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본토∼시찰리아 교량을 안보 인프라로 규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교량 건설 프로젝트는 나토가 목표로 하는 ‘GDP 대비 5% 국방비’ 기준 달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리를 안보 인프라로 지정하면 되레 적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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