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연상시키는 물건 등 발견
우디 앨런 “젊은 여성들이 시중” 회고도
트럼프·교황 요한바오로 2세·믹 재거 등
정·재계 인사와 찍은 사진·편지 등 발견
美 의회, 클린턴 부부 등에 출석 요구도
“성범죄자 등록에도 화려한 인맥 의문”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수감됐다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월가의 부호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이 생전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교류했던 호화 주택 내부 사진과 편지 등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의혹’ 한복판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엡스타인과 가까웠던 유력 인사들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이와 관련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이 정·재계 유력 인사를 초청해 만찬을 열었던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7층짜리 타운하우스 내부를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했다.
저택에는 엡스타인이 세계적 유명 인사들과 인맥이 있음을 과시하는 사진 액자들이 가득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사진을 비롯해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의 사진도 있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내기에서 진 뒤 “내가 틀렸다”고 적은 1달러 지폐도 액자에 담겼다.
또 저택에서 열렸던 정기 모임을 회상하는 유명 인사들의 편지도 공개됐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는 2016년 1월 엡스타인의 63번째 생일을 맞아 보낸 편지에서 엡스타인을 “사람을 수집하는 자”라고 칭하며 “당신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덮인 책 같지만 당신은 모든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적었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저녁 식사마다 정치인, 과학자, 교사, 마술사, 코미디언, 지식인, 언론인 등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사람들이 모였다”고 썼다. 앨런은 이 저택에서의 만찬을 1931년 작 영화 ‘드라큘라’에 비유하면서 “몇몇 젊은 여성이 시중을 들어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배우 벨라 루고시가) 젊은 여성뱀파이어에게 시중을 들도록 하는 드라큘라성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부동산 재벌 모티머 주커먼, 일본 출신 사업가이자 전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인 이토 조이치, 하버드대 수학·생물학 교수인 마틴 노왁 등이 엡스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 타운하우스에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물건과 공간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방 한쪽에 1955년 출간된 소설 ‘롤리타’의 초판본을 전시해 놨다. NYT는 “엡스타인이 어떻게 억만장자가 됐고, 성범죄자로 등록된 뒤에도 많은 유력 인사들은 왜 그와 계속 친분을 유지했는지 등 많은 미스터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이날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의혹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라며 소환장을 보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이었던 메릭 갈런드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재임하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를 포함한 8명의 전직 고위급 법집행 당국자에 대해서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엡스타인의 성접대 대상자 명단 등을 트럼프 행정부가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 속에 의회가 진상 규명에 나서려는 행보의 일환이지만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집권 공화당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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