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속 수출 활로 주목…한국 중소기업, 대만 통해 글로벌 진출 박차
쿠팡Inc가 대만 로켓배송 서비스의 급성장에 힘입어 성장사업 투자 규모를 최대 1조3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내수 침체와 수출 난관에 직면한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한국시간) 발표된 쿠팡의 2025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쿠팡은 성장사업 부문에 대한 연간 투자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발 관세 이슈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에게는 대만이라는 새로운 수출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쿠팡, 대만 로켓배송 질주…2년 반 만에 9배 성장
이번 실적 발표에서 쿠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1조97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2093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342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대만 로켓배송과 명품 플랫폼 '파페치'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33% 증가한 1조6719억원을 기록했다. 대만 시장 진출 첫 분기인 2022년 4분기 1806억원과 비교하면, 약 2년 반 만에 9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쿠팡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거랍 아난드는 “대만 시장에서의 잠재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며 “성장사업 관련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 손실을 9억~9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예측하며, 이 중 대부분이 대만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초 제시한 손실 예상치인 7억5000만달러(약 1조원)보다 최대 30% 늘어난 수치다.
투자업계는 이를 두고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적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투자 확대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K-뷰티·푸드 수출 활기…“로켓배송 덕에 수출 비용 30%↓”
중소기업계는 쿠팡의 대만 로켓배송 확대가 수출 비용 절감과 판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대만으로의 중소기업 수출액은 1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K-뷰티(화장품 42.8%)와 전자응용기기(32.3%)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경기 성남에서 젤네일 제품을 제조하는 ‘바르고코스메틱’ 황서윤 대표는 “지난해 대만에서 약 30만개의 젤네일을 판매했고, 올해는 40만개까지 예상된다”며 “쿠팡 대만 로켓배송 덕에 수출 비용이 20~30% 절감돼 실질적인 매출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PB상품 ‘곰곰 육수’를 OEM 생산해 대만에 수출 중인 식품 제조사 ‘놀이터컴퍼니’도 “최근 생산직을 5명 추가 채용하고 화성 공장을 150평 확장했다”며 “대만 시장에서 콤부차, 곤약젤리 등 신규 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통관부터 마케팅까지 전담”…현지화 전략 박차
쿠팡은 대만 현지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로켓배송 체계를 구축 중이다. 대만에서 자사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490대만달러(약 2만28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을 제공하며, 글로벌 직구 상품은 690대만달러 이상부터 무료 배송이 가능하다.
올해 1분기에는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도 현지에 도입했다. 월 59대만달러(약 2600원)에 무제한 무료배송·반품 혜택과 함께 각종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빠르게 이용자 기반을 넓히고 있다.
배송 인프라도 공격적으로 확대 중이다. 대만 타오위안시에 머신러닝 기반 자동화 설비를 갖춘 제2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현재 제3 풀필먼트센터도 준비 중이다. 신베이시, 타이중, 가오슝 등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쿠팡프렌즈’라는 직고용 배송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수출 중기 1만2000여곳 돌파…“페덱스 없이 해외 진출”
현재 쿠팡을 통해 대만에 수출 중인 한국 중소기업 수는 약 1만2000곳에 달한다. 쿠팡은 이들의 통관, 배송, 마케팅, 소비자 응대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복잡한 수출 절차 없이도 손쉽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황서윤 대표는 “페덱스나 UPS 같은 해외 물류를 이용하지 않고도 대만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며 “박람회 참가 없이도 쿠팡 내 소비자 반응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남아, 싱가포르 등으로의 추가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산업부의 '전문무역상사'로 선정돼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발굴하고 해외 수출을 확대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가천대 전성민 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거대 인프라를 갖춘 쿠팡의 플랫폼을 통해 고정비 부담 없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만 이커머스 시장은 아직 전체 소매시장(약 200조원) 대비 침투율이 10%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층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모(MOMO), 쇼피(Shopee)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같은 바나나 우유, 감자칩도 쿠팡보다 40~50% 더 비싼 경우가 많다”며 “쿠팡의 로켓배송과 가격 경쟁력은 중소기업 제품의 현지 판매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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