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를 연 30대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조모(62)씨 사건 발생 당시에 출동 경찰관들이 방탄 헬멧·방패가 없어 현장 진입을 재차 주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관할 당국이 요청한 경찰특공대는 오후 10시16분 현장에 도착했고, 작전 수립 뒤 오후 10시43분에야 내부로 들어갔다. 피의자의 며느리가 최초 신고 접수 후 72분이 흐른 뒤였다.
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이번 사건의 경찰 무전 녹취록을 보면, 관할 연수경찰서 상황실은 신고 접수 4분 만인 지난달 20일 오후 9시35분 직원들에게 테이저건과 방탄복, 방탄 헬멧 착용을 지시했다. 또 7분 뒤인 오후 9시 42분 “지금 도착한 순찰차는 방탄복을 착용했으면 바로 진입하라”고 알렸다.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팀장은 “경찰관들이 들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방탄모와 방탄 방패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무조건 진입하면 안 될 거 같다”고 보고했다. 이에 경찰관들도 “내부에 아버지가 장전한 상태로 있는 상황이라 특공대가 와야 한다”며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다시 연수서 상황실에서 방탄복·방탄모 착용 여부를 묻자 지구대 팀장은 “방탄복을 입었는데 방탄 헬멧이 없다, 방패는 있는데 방탄이 아니다”고 답했다. 뒤이어 경찰 기동순찰대도 도착했으나 방탄복이 아닌 방검복만 착용한 상태였고, 결국 소방차 진입로 확보와 주민 통제 등 업무만 맡았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연수서 상황관리관이 피의자·피해자·신고자 나이를 알아보라고 전달하자 지구대 팀장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시아버지가 사제총을 들고 거실에서 대기한다고 하잖아요, 빨리 제압할 수 있는 특공대를 빨리 도착 좀 해줘요”라고 재촉했다.
조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9시31분쯤 인천시 송도동의 모 아파트 꼭대기 층인 33층 집에서 사제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집 안에 있던 며느리, 손주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4명을 사제총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조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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