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여권 파워 자랑
수출 6838억弗 세계 6위
저출생·고령화 여파 가속
G2갈등 속 국제질서 재편
난제 넘어서야 미래 보여

패전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자마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지만, 전쟁 속 폐허를 딛고 고속성장한 끝에 주요 10개국(G10)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나라. 대한민국의 지난 80년은 격동의 역사 그 자체였다.
1945년 해방 직후 외교적 기반이 거의 없었던 한국은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기준 194개국과 수교를 맺었고, 190개국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세계 2위 여권 파워’를 자랑한다. 1953년 477억원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전망치로 2640조원(통계청·국제통화기금)에 달하며, 1956년 2500만달러 수준이던 수출 규모는 지난해 6838억달러까지 성장해 세계 6위권이 됐다.
광복 이래 2025년까지 한국이 쌓은 업적은 외교와 경제 성장이 통합 궤적을 이루며 국력을 신장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북한을 제외한 유엔 회원국 전부와 수교망을 잇고, 세계 GDP의 약 85%를 커버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확장, 여권 위상 상승, 수출로 축적한 글로벌 리더십 등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경제 기반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 그에 맞게 외교 역량을 확대하는 노력을 병행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2025년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은 한편, 복잡한 외교적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미·중 전략 경쟁 속 균형외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사문화되고 있는 FTA 등 한·미동맹의 변화, 북핵과 한반도 평화 체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은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 이러한 난제 해결 여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고,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선 상황이다.
반등될 기미가 없는 오랜 저출생 기조에 따른 경제성장률 저하, 나라빚 급증 등 경제 위기도 암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2020년 처음으로 자연 감소한 한국의 인구는 지난 5년간 모두 45만6000명이 줄어들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훌쩍 웃도는 초저출생 현상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82년 한국 인구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되고, 노인 부양 비율(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은 현재 28% 수준에서 155%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현재 2% 안팎인 경제성장률은 47년 뒤 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현재 인구 추계가 이어질 경우 2072년 경제성장률이 0.3%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해 국가 채무는 현재의 6배에 가까운 7000조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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